사라진 형태는 다시 시작점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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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사라진 형태들’. 오픈스페이스배 제공

형태는 사라지고 끝점만 남았다.

이정동 작가의 개인전 ‘사라진 형태들’이 부산 중구 동광동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20일까지이다. 이 작가는 부산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는 6여 년 전 부산으로 돌아왔다.

끝점의 ‘이음’ 통해 ‘선’ 상상
이정동 작가 개인전, 20일까지

“2019년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로 개인전을 가졌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는 이전까지 자신의 작업에서 ‘선에 미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가는 ‘여기서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지난해 작업을 쉬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고함쟁이 엄마>라는 그림책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엄마 펭귄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에 충격을 받아 아기 펭귄의 몸이 산산조각 날아간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다시 몸을 맞춰 나가는 내용인데 팔에 다시 팔이 붙는 것을 보면서 왜 꼭 팔에 팔이 붙어야 할까 생각했다.” 이 작가는 그림책 속에서 고착화된 틀이나 사회구조를 읽어냈다. “팔에 다리가 붙으면 어때? 정해진 것이 아닌데 결과나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 나도 그렇게 작업을 했구나 싶었다.”

선으로 작업을 한다고 굳이 선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선 작업을 불투명한 박스로 가렸다. “선이 안보이게 가리고 구멍을 뚫었다. 작은 렌즈와 잠망경을 통해 안쪽의 선을 보게 했다.” 끝점과 끝점의 ‘이음’을 통해 선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음만 보여줘도 안의 내용은 관람객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전시장 윈도우갤러리에 설치된 머리카락과 귀만 보이는 작품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작가는 끝점을 이은 이번 작품이 다음 작업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작가는 “완성은 아니지만 선에서 다른 것, 끝점으로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시작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동 개인전 ‘사라진 형태들’=20일까지 오픈스페이스 배. 051-724-5201.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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