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폐쇄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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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쿄 북동쪽 370km 지점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강력한 쓰나미가 일본 해안을 강타했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 명이었고, 30만 채 가옥이 파괴되었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라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1호기, 3호기, 4호기가 연달아 폭발하는 장면을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았다.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이미 지나갔거나, 끝난 사고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주민들은 아무 대책 없이 심각한 피폭에 내던져져 있는 상황이고, 사고의 수습을 책임져야 할 일본 정부는 책임을 방기한 채 최악의 결정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심각한 피폭을 겪으며 노동하고 있으며, 아동들 역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노심용융으로 인해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한 채 방사능 오염수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급기야 120만 톤에 달하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으로 무책임하게 방출하는 계획까지 추진 중이다.

후쿠시마가 핵사고가 보여주듯이 핵발전소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장기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00만 분의 1이라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확률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핵발전소를 계속해서 가동한다면 또 어딘가에서 어떤 이유로 사고가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는 핵발전의 위험성을 망각해서도, 반복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이 비극을 멈추는 길은 바로 탈핵 외에는 없다. 다행히 우리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폐쇄라는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그러나 핵산업계와 정치권 일부에선 기후 위기의 해법이 핵발전이라는 가짜뉴스를 앞세우고, 경제성을 들먹이며, 이미 멈춘 월성 1호기의 재가동과 백지화된 신울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모두를 죽음의 길로 몰아넣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2020년 여름 우리는 핵발전소가 태풍에 멈추는 것을 보았다. 소외전력상이 일어나고, 이내 비상 디젤발전기 가동으로 겨우 냉각수를 공급했다. 만약 디젤발전기가 멈춘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타지역에 비해 갑상샘암, 백혈병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고 있으며 핵발전소시설 내 다양한 기술적인 문제와 방사능에 대한 국민의 안전불감 등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의 보관시설을 확충하고 핵발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지진, 태풍, 해일 등 기후 위기로 인해 어떠한 변화가 올 지도 모르는 현 상황에서 처리기술도 없어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핵 관련 시설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전시상황이 되었고, 모든 언론이 코로나 보도에 집중되고 있지만, 후쿠시마와 같은 핵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가 될 것은 분명한데 아무도 핵발전사고 대책은 말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모파상의 ‘질긴 고기’라는 단편소설 제목처럼 한국 사회에서 탈핵은 질기고 단단한 음식과 같다. 맛도 없고 소화하기 어려운 이슈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도 없고 주목도 받지 못한다. 4년 전,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만족하게 지켜졌다고 볼 수 없다. 문 정부의 모순 없는 탈핵 정책 이행을 바란다. 우리나라에 가동되고 있는 24기의 핵발전소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폐쇄하고, 더는 핵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고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후쿠시마 핵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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