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98. 국어 점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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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해양수산부는 제철 수산물이 더 많이 소비되도록 이번 달 31일까지 수산물을 최대 79% 할인하는 ‘봄 설레임전’ 행사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기사에서 보듯이, 해수부는 ‘2021 대한민국수산대전/두근두근 봄 설레임전’이라는 포스터까지 내걸고 행사에 나섰다.

한데, 다 좋은데, 왜 ‘설레임’인가. 국어사전 한 번만 들추면 ‘설레이다’가 비표준어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썼을까.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설레이다: → 설레다.

개방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엔 또 이렇게 나온다.

*설레이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규범 표기는 ‘설레다’이다.

설마 해수부에 국어사전 한 권 없을 리 없을 테고,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으로 온갖 검색을 다 할 수 있으니, 사전을 찾아보지 않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9일 국토교통부에서 2차관 직속의 ‘가덕도 신공항 건립 추진 TF단’ 운영을 시작하면서 사실상 가덕신공항 건설을 향한 공식적인 첫 신호탄이 올랐다.’

지난주 <부산일보> 기산데, 국토교통부는 또 왜 이럴까. 먼저 표준사전을 보자.

*건립(建立): ①건물, 기념비, 동상, 탑 따위를 만들어 세움.(회관 건립./사찰 건립에 착수하다./동상 건립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②기관, 조직체 따위를 새로 조직함.(동문회 건립에 거액의 찬조금을 내놓다./그분은 임시 정부의 건립에 막중한 역할을 하셨다.)

이러니 대상이 신공항이라면 ‘건립’은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뜻풀이 ①을 순화하면 ‘세움’이 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뭔가 우뚝 솟게 해야 건립인 것. 물론 공항에 건물도 세우긴 하겠지만, 신공항은 건립보다는 건설이 더 적확하니 차관 직속으로 둔다는 저 조직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TF단’으로 고치는 게 옳을 터.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선 후보가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당장, 부잣집은 ‘자제분’이고 가난한 집은 ‘아이들’로 차별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교열기자 눈에는 ‘두텁게’가 더 도드라진다. ‘신뢰가 두텁다/친분이 두텁다/두터운 우정/두텁게 겹쳐 오는 좌절감’에서 보듯이 ‘두텁다’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 이쯤 되면, 고위 공무원이나 선출직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국어시험을 치르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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