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장’에 불법 도박사이트까지… 스포원파크 ‘생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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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불법 도박사이트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부산지방공단 스포원(이하 스포원)이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로 인해 스포원의 공공기여금도 5분의 1로 줄었다.

스포원을 비롯한 관련 업계는 적자를 덜기 위해 온라인 투표권 발매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데, 사행성 조장 우려도 만만찮다.

경륜장 운영 일수·입장객 급감
공공기여금 5분의 1 수준
불법 경륜·경정사이트까지 활개
업계 ‘온라인 발권’ 강력히 요구

16일 스포원에 따르면 2019년 59만 6000명 수준이던 경륜장 입장객 수는 지난해 10만 8000명으로 추락했다. 입장객이 82%가량 급감한 것이다. 2019년 2889억 원이던 매출도 덩달아 588억 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운영일수는 겨우 57일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경륜장 운영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2019년의 경우 운영일수(수~일요일 개장)는 250일 남짓이었다. 지난해 스포원 이사장은 3개월치 급여를 반납하고, 직원들도 30% 가까이 임금을 삭감했지만 추락하는 매출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법 도박사이트까지 활개를 치면서 스포원의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불법 경륜·경정사이트에 대한 신고가 4324건에 달했다. 2019년에 비해 5배 증가한 규모다. 경륜장과 경정장이 휴장하자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열리는 경주를 온라인으로 시청하며 베팅하는 사이트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지난달 19일부터 경륜은 재개됐다. 하지만 현행 경륜·경정법이 베팅에 참여하는 승자투표권을 경기장과 장외 매장에서 직접 발권하도록 규정해 방문객 수는 회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미 온라인으로 베팅이 가능한 불법 도박사이트에 익숙하진 터라 방문객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포원 관계자는 “지금도 코로나 탓에 정원의 20%만 입장이 가능한 데도 그마저도 다 안 차는 날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적자의 여파는 스포원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포원이 부산시를 통해 지역사회에 내놓는 공공기여금은 2019년 223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 43억 원으로 급감했다. 스포원이 매출 감소로 공원관리 인력을 줄이면서 시민들의 이용에도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국회는 앞서 지난해 10월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승자투표권의 온라인 발매가 가능하도록 경륜·경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명의를 도용하는 등 사행산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계류 중이다. 스포원 등 경륜·경정 업계는 승자투표권 온라인 발매 도입은 이제 생존의 문제라며 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한다. 사행성 조장 우려 역시 실명인증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구매 상한액, 횟수 등을 제한하면 충분히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스포원 기획홍보팀 관계자는 “온라인 발매가 도입되면 무관중 경기도 고려할 수 있어 장기간 휴장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선수 등의 숨통도 트일 것”이라며 “불법 온라인 도박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온라인 베팅을 시행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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