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LH 특검’ 합의는 했지만 셈법 각각 수사 범위·조사기관 협의 등 디테일 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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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까지 꾸린 경찰은 당혹

여야가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 전격 합의했지만, 두 사안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크게 달라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의 특검 수용 입장과 관련, “특검 수사 범위는 이번 기회에 아예 공직자의 불법 투기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야당과 협의를 통해서 확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성역은 없다”면서 “청와대도 전수조사했다고 하고, 국회 검증도 필요시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했다. LH 사태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집권 세력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부동산 적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최대한 ‘판’을 키우겠다는 여권의 셈법이 엿보인다. 김 대표 직무대행은 또 특검 구성에 대해 “(야당과)특검과 관련법이 통과되고, 특검 수사관들까지 구성하는 데 적게는 한 달 정도 소요된다”며 “현재 특수본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수사 결과물을 특검으로 이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와 특검의 관계에 대해선 “함께 가면 된다”면서 전수조사 수행 기관에 대해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능력이 있는 기구를 설치하거나 현재 존재하는 기관에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처럼 야당의 특검·전수조사 수용에 환영하며 최대한 빨리, 조사·수사 범위는 최대한 넓히는 구상을 밝혔지만, 야당의 입장은 사뭇 달라 보인다. 당장 국회의원 전수조사 기관만 해도 여권에서는 감사원이나 권익위 등을 언급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중립적인 외부 기관을 거론하는 등 실제 협의 단계에서 ‘디테일’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야가 LH 특검에 합의하자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놓고 수사 의지를 보인 경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기회로 수사 능력에 대한 불신을 씻겠다며 의지를 보였다가 수사를 해 보기도 전에 주도권을 특검에 넘겨주게 됐기 때문이다.

특별수사본부 측은 “정치권의 특검 도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해 오던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애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창훈·권상국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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