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의기투합한 ‘미나리’ 6개 부문 노미네이트 ‘쾌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위로부터 리 아이작 정 감독, 남우주연상 후보 스티븐 연, 작품상 후보 크리스티나 오 프로듀서. 판시네마 제공·부산일보DB·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에 세계 영화계가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의기투합해 빚은 작품이어서다. 감독상·각본상 등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크리스티나 오 프로듀서는 모두 이민 2세대인 한국계 미국인이다.

감독·남우주연·프로듀서 등
이민 2세대 3명도 모두 후보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 시골에 이주한 30대 부부가 농장을 일구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야기다. 이민 2세대인 정 감독은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칸소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영화의 내용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다. 정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며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감독은 한국적 소재인 ‘미나리’와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통해 영화 전반에 한국의 정서를 짙게 녹였다.

농장을 일구는 가장 제이콥을 연기한 스티픈 연(38)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세계 영화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계 미국인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건 93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스티븐연은 이 영화의 출연은 물론이고 제작에도 힘썼다. 이민 2세대인 그는 “‘미나리’는 가족 이야기인 동시에 매우 한국적인 이야기라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스티븐연은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두고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고(故) 채드윅 보스만, ‘더 파더’ 안소니 홉킨스, ‘맹크’의 게리 올드만과 경합을 벌이게 됐다.

영화제작사 플랜 비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도 아카데미상 작품상 부문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플랜 비의 일원으로 참석해 ‘미나리’를 깜짝 언급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한국계 감독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인 가족 이야기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굉장히 기대된다”고 전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다양성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오수형) 감독의 신작 ‘오페라’는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파키스탄계 영국인 리즈 아메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