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심사 앞둔 금정산, 구멍 뚫린 휴식년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3일 오후 3시께 방문한 금정산 등산로. 휴식년제를 반영해 등산객 출입을 금지하는 출입통제선이 잘 설치된 곳(왼쪽)도 있지만, 곳곳이 끊어져 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에서 금정산으로 오르는 6번 등산로 앞. 길 입구 양옆으로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꼰 밧줄이 길게 쳐져 있다. 부산시가 금정산 휴식년제 기간에 개방되지 않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등산객 정미희(48) 씨는“이 길로 산에 자주 오르는데 휴식년제 구간인지는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휴식년제 구간에 등산로가 아닌 지역으로 들어가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출입통제선 곳곳 잘린 채 방치
입산금지 모르고 오르기 일쑤
부산시는 정비반 인원 줄이고
탐방센터도 한동안 문 닫아


6번 등산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갈수록 밧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등산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지점에서는 어떤 길이 출입통제된 곳인지 알 수 없었다. 밧줄이 느슨하게 풀려 있거나, 밧줄이 잘린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등산객은 입산 금지 구역을 통해 산에 오르기도 했다. 출입통제 구간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등산객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는 금정산이 부산시의 허술한 관리로 고통받고 있다. 일부 구간 입산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휴식년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출입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부산시는 산림휴양법에 따라 금정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1996년부터 금정산을 3개 권역으로 나눠 5년 주기로 출입을 통제하는 휴식년제를 운영한다. 2016년 4월부터 이달 말까지는 범어사에서 금강식물원입구로 가는 2권역(1100㏊)이 대상이다. 동래구 온천동에서 북구 화명·만덕동으로 이어지는 3권역은 다음 달부터 2026년 3월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출입통제를 위한 자원은 부족하기만 하다. 부산시는 통제선 보수를 담당하는 정비반 인원을 5명에서 올해 2명으로 줄였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등산로 안내를 담당하는 등산문화탐방지원센터는 최근까지 운영되지 않았다. 출입통제돼야 할 구역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금정산의 환경훼손이 빚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상황은 환경부가 지난해 3월부터 오는 7월까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시민들은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출입통제가 더욱 철저히 이뤄지고, 시민 동참도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가 대상에는 자연생태계 보존 상태도 포함된다.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 부회장은 “부산시가 금정산 국립공원화를 추진한다면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는 등산객들의 의식을 높이도록 더 신경쓰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안철수 산림생태과장은 “15명 남짓한 인력으로는 금정산 전체를 통제하기가 어렵다”면서 “등산문화탐방지원센터를 통해 휴식년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음 달 시작되는 3권역 휴식년제 관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