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차량 늘어난 흰여울문화마을, 주민 주름살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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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2시께 부산 영도구 영선동 ‘절영해안산책로 앞 노상 공영주차장’ 모습(위 사진)과 흰여울문화마을 인근 담벼락에 붙은 현수막.

14일 오후 1시께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 낮 기온이 영상 16도까지 오른 봄 날씨에 절영로 일대는 봄맞이 손님 행렬로 붐볐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좁은 2차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차량들은 주차를 위해 인근 주택가로 향했다. 조그맣고 예쁜 식당과 카페 뒷골목에는 갓길을 빈틈 없이 채운 차량과 얼굴을 찌푸린 주민이 있었다.

영선미니아파트 주민 여 모(78) 씨는 따뜻해진 날씨가 반갑지 않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 여 씨는 “관광객이 많아져서 아파트 주민들이 너무 괴롭다”며 “일부 관광객들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연락처를 가려 놓고 한참 지난 뒤에야 오는 경우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 씨는 “아무리 관광객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야 하지 않냐”며 고개를 저었다.

주민·관광객 무단주차 실랑이
인근 아파트 ‘주차금지’ 현수막
추가 주차장 확보에 구청 난색
주민 소외되지 않는 대책 필요

영선미니아파트 옆 동산아파트 주민들은 지난달 아파트 옆 담벼락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파트 방문객을 제외한 마을 및 커피숍 방문객들은 인근 주차장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이다. 주차장 기둥마다 안내문도 붙였다. 관광객들이 아파트 주차장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일이 수년째 반복되면서 찾은 고육지책이다.

동산아파트 한 경비원은 “몰래 주차하는 차량 때문에 주말마다 주차장을 지키고 있을 지경”이라며 “일부 관광객들은 차를 대지 말라고 하면 되레 삿대질하면서 화를 낸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하면서 전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불법 무단주차 차량들로 고통받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인근 주민이 몰려드는 관광객들과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산시 ‘2020 부산관광산업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관광객 27만 4964명이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았다. 하루에만 관광객 1527명이 마을로 들이닥친다는 이야기다. 마을 인근 ‘절영해안산책로 앞 노상 공영주차장’의 122면 주차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날 가족과 흰여울마을을 찾은 이 모(51) 씨는 “공영주차장은 물론 골목 갓길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30분 만에 겨우 주변 골목에 빈 곳을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고충을 겪기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흰여울문화마을상인회 이상진 대표는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운동장을 주말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청에 건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밝혔다.

영도구청은 마을 인근 도로 2곳 양쪽 갓길을 주말 동안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2송도삼거리부터 신선동 주민센터까지 이어지는 360m 길이 도로와 영선윗로터리에서 남도여중까지 향하는 150m 길이 도로는 주말 동안 주차장으로 변신한다.

구청 측도 늘어나는 교통량에 추가 주차장 확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부지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영도구청 교통과 박영근 교통지도팀장은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 CCTV를 설치하고 안내 현수막을 걸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며 “주차장 용도에 맞는 마땅한 부지가 없고, 땅값이 크게 올라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유명 관광지에서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산대 호텔관광학부 오창호 교수는 "주차난이나 주민 사생활 침해는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문제"라며 “구청은 주민 중심의 관광 거버넌스를 구축해 거주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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