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논란에 고압전류까지… 기장 ‘치유의 숲’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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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청이 ‘치유의 숲’ 사업을 추진하는 장안읍 명례리 산74 일대에 세워진 감전주의 안내판. 맹승자 기장군의회 의원 제공

부산 기장군청이 군의회 의장 일가에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군유지 개발(부산일보 지난해 6월 9일 자 1면 등 보도)을 또다시 시도하려다 가로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치유의 숲’ 조성을 추진하려는 군유지에 송전탑이 지난다는 문제까지 추가로 제기되면서 해당 사업이 더욱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추경 예산 의회서 또 삭감
송전탑 통과 문제 새롭게 제기
군청 “반드시 필요한 사업” 의지

12일 기장군의회에 따르면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포함된 ‘장안읍 치유의 숲 조성 사업’ 관련 예산이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최종 삭감됐다. 장안읍 명례리 산74 일대 군유지 7만 7355㎡를 치유의 숲으로 개발하기 위한 용역 예산이 군의회에서 저지된 것이다.

앞서 기장군청은 치유의 숲 ‘기본설계’와 ‘진입도로 도시관리계획’ 용역 예산 1억 908만 원을 추경 예산에 편성했다. 기장군의회 의원들은 찬반 논의를 진행한 끝에 결국 해당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장군청이 추진한 ‘치유의 숲’은 기장군의회 김대군 의장 일가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다. 해당 부지 인근에 김 의장 일가가 소유한 토지가 2만 6000㎡로 추정되는데, 도로와 편의시설 등이 들어오면 공시지가가 올라 큰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치유의 숲 용역 예산은 지난해 12월 2021년도 본예산 심사에서도 군의회 반대로 삭감된 적 있다.

특히 이번 추경 심사에서는 ‘치유의 숲’이 들어설 군유지에 15만 4000V급 전기 선로와 송전탑이 지난다는 문제까지 새롭게 제기됐다. 기장군의회 맹승자 의원은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이 부지 안에 있는데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치유의 숲’을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군유지 인근 부지까지 송전탑이 늘어난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혜 논란에 이어 고압 전류 문제가 불거졌지만, 오히려 기장군청은 다음 추경에 해당 예산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의장 일가 특혜를 방관하는 동시에, 해당 부지에 산업폐기물매립장 건립을 막기 위한 꼼수로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기장군청은 전기 선로와 송전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전자파 측정과 안정성 평가 용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장군청 산림공원과 김채진 주무관은 “해당 군유지 하단부에 철탑 1기가 있는데 남북 방향으로 송전 선로가 260m 정도 깔려있기는 하다”면서도 “전국 33개 치유의 숲 중 서귀포 등 4곳에 송전 선로가 지나는 것으로 파악돼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규석 기장군수는 “탄소 중립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울창한 숲과 나무를 조성하는 치유의 숲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장 일가 땅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필요한 사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송전 선로를 피해 치유의 숲을 조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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