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없었다” “착하게 살면 바보” 울분에 찬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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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청년층의 분노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에 절망한 20~30대를 중심으로 “이 정부가 외치던 정의와 공정은 없었다”는 성토가 분출하고 있다.

14일 300만 회원이 가입 중인 한 취업 준비 사이트에는 ‘LH 공기업 비리, 정의·공정·평등·기회는 죽었다’는 글(사진)이 게시돼 공감을 샀다. 이 글은 “10년간 월급을 꼬박 모아도 집 못 사는 세상인데, 주거 안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LH 임직원들이 투기를 통해 배를 불리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진다. 아버지도 공기업 직원인데 집안 사정상 학비 내는 것도 버겁다. 원칙대로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냐”고 지적했다. 이 사이트는 주말 내내 LH 부동산 투기 의혹과 기성세대의 삐뚤어진 배금주의를 비판하는 게시물로 도배될 정도였다.

취업 준비 사이트에 비판글 도배
일부 단체 오프라인 1인 시위 나서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현직 대학생의 박탈감도 만만치 않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배 모(26) 씨는 “자취하는 청년 대부분이 보증금과 월세 부담으로 힘겨워하면서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LH 직원들은 본인들 치부에만 눈이 먼 상태였다”며 “공기업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헷갈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취업 차원에서 공기업을 다시 보는 시각도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젊은이가 선호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기류가 다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LH 사태 조사에 나서자마자 잇달아 목숨을 끊는 50대 간부 직원들을 보면서 이런 인식이 더 팽배해지는 분위기이다. 부경대 재학생 윤 모(23) 씨는 “현재까지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지 않겠느냐”며 “청년들이 입사를 꿈꾸는 직장이자, 국민을 위한 기관인 만큼 철저한 수사와 조사로 모든 비리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청년 단체는 LH 직원 땅 투기를 규탄하며 오프라인 1인 시위까지 나섰다. 청주청년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LH 임직원들의 투기 행위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정점을 찍었다”며 “농민에게는 농지, 주민에게는 살 집, 소상공인에게는 가게 터가 될 땅이 LH라는 특권을 가진 소수가 재산을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5일부터 LH 충북지역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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