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우리가 살던 곳은 지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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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주와 부루가 불법 번식 농장에서 구조됐다고 밝힌 적 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주·부루 구조된 불법 번식 농장
분변 등 열악 환경 속 질병 방치
소유권 탓에 모두 구조하지 못해
농장주 처벌 벌금 300만 원 그쳐

■비닐하우스에 방치된 고양이들

때는 2020년 5월 28일이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공무원들과 함께 김해시 대동면의 한 비닐하우스를 급습합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농가. 하지만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철창 안은 고양이 분변으로 얼룩져 있고, 곳곳엔 핏자국과 곰팡이가 슬어 있었습니다. 구석엔 새끼 고양이 사체까지. 이 비닐하우스에서만 고양이 50마리 정도가 발견됐는데요.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또 60마리가량의 고양이가 발견됐습니다. 총 110여 마리. 발견된 고양이들은 대부분 수십~수백만 원에 분양되는 ‘품종묘’였습니다.

우주와 부루도 이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우주는 비쩍 마른 상태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부루는 심한 결막염을 앓은듯 보였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의 상태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요. 코에서 피가 나거나, 눈을 다치거나,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지옥에 남겨진 80마리

이 농장주는 동물생산업 허가도 받지 않고 고양이를 사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생산업을 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 기준에 맞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A 씨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고, 아픈 고양이들을 제대로 치료하지도 않았습니다. 수의사 자격도 없이 동물 의약품을 고양이들에게 직접 주사하기도 했는데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고양이들은 각종 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고양이들을 가둬놓고 번식시킨 뒤 돈을 받고 판매를 했습니다.

하지만 단체는 110마리 중 29마리만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명백하게 동물학대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만 A 씨로부터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데요. 그러다 보니 상태가 매우 심각한 고양이들만 구조 대상이었습니다.



■죗값은 고작 300만 원

경찰과 검찰은 A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올해 초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라이프는 검찰에 항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검찰은 이미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검찰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실상은 피해자가 ‘동물’이었던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이 사회가 다시는 동물 학대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도 전했습니다.

다행히 제때 구조된 우주와 부루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1kg대로 비쩍 말랐던 우주는 이제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고요. 다친 한쪽 눈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지만,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루는 아직도 각막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직도 전국 곳곳엔 불법 번식농장과 방치된 동물들이 많은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주에 마저 이어가겠습니다. 서유리·장은미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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