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10년 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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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부산일보>에 실렸다. 부산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부산 미래를 묻는 민간단체의 설문조사다. “10년 후 부산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란 질문에 세대별로 약간씩 다른 답변을 내놓았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부산의 미래는 역시 ‘물류·관광도시’였다. 특히 30대는 스타트업과 물류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보다 좀 더 젊은 20대는 미국 마이애미 같은 국제 휴양도시를 꿈꿨다.

부산은 10년 후 설문조사 결과처럼 변할까, 그리고 시민들이 그런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상상의 뿌리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청년 이탈 등에서 보듯 꿈 잃은 부산
가덕신공항으로 다시 꿈꿀 계기 마련
북항 2단계·진해신항 함께 성공해야
부산미래도시관 재개관 준비도 시급

부산광역시청 1층 한쪽에 ‘부산미래도시관’이 있다. 부산이란 도시가 지금까지 어떻게 변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상상할 수 있는 시정 홍보관이다. 지금 모습은 10년 전에 2020년을 예견(?)한 것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지만, 당시에 기대한 ‘10년 후 부산’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다. 동화 속 부산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가까운’ 미래를 담은 것도 묘한 현실감을 더해 준다.

지금은 ‘현재’가 된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부산시민공원, 오시리아관광단지도 2010년 부산미래도시관에선 미래의 한 장면에 다름 아니다.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부산시민공원은 실제로 지지부진한 공사로 오랫동안 논란을 빚었다. 또 부산미래도시관이 설치된 지 4년 뒤인 2014년에야 비로소 개장했다. 당시로서는 ‘불안한 미래’일 수밖에 없었다.

오시리아관광단지는 2016년 동부산관광단지에서 개명했고 지난해 9월 단지 내 민간 부지가 거의 다 매각됐다. 하지만 주요 시설이 개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공된 미래’는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오시리아역과 국립부산과학관, 이케아 동부산점이 운영되고 있고 롯데월드 테마파크를 포함한 민간 시설도 이르면 2024년 개방된다고 하니 나름대로 ‘확정된 미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산미래도시관은 그로부터 새로운 10년인 ‘2030년관’을 진즉에 시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하지만 확정된 국가사업조차 뒤집히는 일이 반복된 상황에서 10년 뒤 부산을 그릴 콘텐츠를 수집하기는 쉽지 않았을 담당자의 고충이 오롯이 느껴진다. 게다가 부산시정 또한 얼마나 다이내믹했던가. 정권 교체, 시장의 중도 사퇴, 권한대행과 경제부시장의 동반 사직, 보궐선거…. 리더십이 상실된 상황에서 부산 미래를 제대로 그리기는 어려웠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그런 점에서 10년 뒤 부산을, 시민들이 다시 꿈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해운과 항공, 철도가 유기적인 관계를 도모하면서 세계적인 국제 물류허브 도시로 거듭나고 마이애미처럼 부산 모항의 크루즈선이 북항을 수시로 출입하며 외국 관광객들을 쏟아 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세계해양포럼을 중심으로 각종 해양수산 관련 마이스 산업은 해양수도 부산의 지식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할 테다. 가덕신공항에 앞서 북항 1단계 재개발 기반시설 조성 공사는 이르면 내년 초 끝난다. 2008년 착공 이후 14년이 걸린 대역사로, 부두가 있던 자리엔 친수공간과 신해양산업을 이끌 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공항 복합도시 개발, 광역교통망 구축, 신성장 첨단산업의 집적화, 에코델타시티와의 시너지 효과,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 실현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미래’다.

다행히 가덕신공항 건설은 순조롭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이어서 지난 9일에는 국토부 가덕신공항 전담 TF가 구성됐다. 부산시도 지난 11일 가덕신공항 기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 5월에는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덕신공항에 올인하는 사이에 삐걱거린 사업은 없을까. 부산 제2신항(진해신항)은 지난해 12월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2단계는 2030월드엑스포 부지에 포함되고 엑스포 사업지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의 현지 실사가 2023년 상반기로 예정되고 있어서 예타 면제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가덕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2단계, 진해신항은 서로 별개의 사업이 아니다. 물류가 흐름이듯 세 사업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동남권 전체의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필수 성장엔진이다. 하나의 바퀴가 이탈하면 달리지 못하는 삼륜마차와 같다. 10년은 멀면서도 가깝다. 두 눈 부릅뜨고 동남권 시민 모두가 함께 반드시 지켜 내야 할 ‘미래’다.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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