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우리의 미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수진 편집부국장

중국 현대사를 살펴보면, 마오쩌둥의 ‘참새 잡기 운동’이라는 게 있었다.

1958년 농촌을 시찰하던 마오쩌둥은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보고 ‘인민의 곡식을 훔쳐 가는 해로운 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참새 섬멸 총 지휘부’라는 조직을 만들어 중국 전역에서 참새 잡기에 나섰다. 국영 연구기관은 참새 1마리가 매년 곡식 2.4 kg을 먹어 치우니 참새만 박멸해도 70만 명이 먹을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해에 소탕한 참새만 2억 마리를 넘었다.

박쥐 등 바이러스 숙주 박멸 불가능
밝혀진 감염 바이러스 0.2% 불과
인류 200년 악행이 바이러스 불러
기후변화로 지구 전체 위기에 봉착
인류, 문명·삶의 질 하락 감수하고
파격·실천적 공존의 길 찾아 나서야

소탕한 참새 수만큼 곡식이 농가에 더 축적됐을까. 아니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를 비롯한 해충이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가 됐다. 그로 인해 대기근이 발생했고 1958년부터 3년 동안 중국인 3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마오쩌둥은 결국 1962년 구 소련으로부터 참새 20만 마리를 얻어다 풀어 놓아야 했다.

박쥐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박쥐를 모두 죽이면 코로나를 잡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박쥐가 생태계에 미치는 기능이 사라지면,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 동물은 모두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한, 유익한 기능을 한다. 숙주를 없애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것은 어떨까? 미국의 바이러스 사냥꾼 조나 마제트 UC데이비스 교수에 따르면 인수 공통 감염 바이러스는 50만 종에 이르지만, 현재 밝혀진 바이러스는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는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은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터지느냐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최근 들어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전염병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확언했다. 인간의 잘못된 행동이 결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인간 옆으로 불러들이고 있다고 봤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이 도시 가까이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들도 거기 붙어 이동했고, 바이러스들도 개발로 갈 곳을 잃은 ‘기후 난민’이 되어 인간 근처로 온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미래학자 마크 스티븐슨은 “지구가 더워지면서 적도 지방에 갇혀 있던 질병이 훨씬 넓은 지역으로 확산돼 바이러스 운동장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바이러스 전염병의 창궐은 인류가 200여 년 동안 자연에 저지른 악행에 대한 지구의 반격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지구의 88%가 개발되지 않은 황무지였는데 지금은 23%만 야생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화석연료에 따른 온실효과 등 기후변화로 지구가 홍수, 가뭄, 산불, 폭설, 혹한 등을 앓고 있다. 지난달 지구촌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중 하나인 미국 텍사스에 대설이 내려 전기가 끊기고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해프닝 같은 일도 발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롯한 모든 바이러스는 인류의 공격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복할 방법도 없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30억 년 전부터 지구의 주인공이었다. 인간의 출현은 고작 200만 년 전에 불과하다. 인간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전략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바이러스와 인류의 공존은 어떤 식으로 가능할까. 지구의 건강이 인류의 생명이라는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고 인간이 더 겸손한 자세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프킨은 “더 많은 전염병 대유행이 올 것”이라며 “수많은 전염병은 지구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라며 인간의 행동과 사고의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중동 국가 이라크를 방문했다. 84세 고령에 3000km를 날아가는 위험한 여행을 했다. 여기에 하루 4000명대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최근에도 이슬람국가(IS) 잔당이 공격하는 등 이라크 현지 상황마저 녹록하지 않았다. 여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생명마저 내놓고 종교적 대척점에 있는 이슬람 성지로 날아가 평화 공존 방법을 논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다소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행보에서 인류와 바이러스의 공존 해법을 얼핏 봤다면 무리일까. 인류의 문명이 다소 퇴보하더라도, 인간 개인의 삶의 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인류가 지구, 동식물, 바이러스, 세균 등과 평화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파격적이고 실천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더 늦는다면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수십 년 내로 멸종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수명이다.” 리프킨의 이 말이 현실화할지도 모른다. ksci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