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π(파이)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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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원의 둘레(원주)와 지름은 늘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 인류 문명은 일찌감치 이를 알아채고 정확한 값을 얻으려 부단한 노력을 이어 왔다.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π(파이) 값이 바로 그것인데, 원주율이라고 한다. 메소포타미아나 황하 문명은 대략 지름이 1cm인 원을 펼쳤을 때 그 길이가 3cm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정확한 계산법을 고안했다. 원은, 그 원에 외접하는 정다각형과 내접하는 정다각형 사이에 있으므로 다각형 수를 넓혀 나가는 방식으로 근사치에 접근했다. 그렇게 π 값이 3.14임을 알아냈다.

1600년대 후반 아이작 뉴턴이 새로운 원주율 계산법을 내놨다. 소수점 아래 16번째 자릿수까지 정확하게 나왔다. 이후 극한의 계산법이 분출하면서 1873년 소수점 아래 707번째 자릿수가 발견됐다. 영국의 아마추어 수학자가 15년 동안 계산해 낸 결과였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527번째 자릿수까지만 정확했다. 여하튼 이는 사람이 손으로 계산한 소수점 이하 최장 기록이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류의 계산력은 폭발했다. 미국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은 1949년 원주율의 소수점 밑 2037번째 자릿수 연산에 성공한다. 오늘날엔 수십조 단위까지 밝혀졌는데, 지난해 1월 소수점 아래 50조 번째 자릿수 규명이 최근 기록이다.

누구나 π는 3.14라고 배웠다. 실제 값은 무한한데 줄이면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지만 현대 공학이나 산업 분야에선 3.141592, 그러니까 소수점 아래 6번째 자리까지만 쓴다. 정밀한 계산이 필요한 우주 과학, 특히 미 항공우주국도 소수점 아래 15번째까지만 활용한다. 이 정도만 해도 오차가 나지 않아 그 이상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왜, 아무런 규칙성도 없는 저 무한수열에 매달릴까.

힘겨운 과정과 그것으로 인한 고뇌, 그리고 숱한 시행착오, 마침내 이룬 천신만고 끝의 성공은 인류의 꿈, 도전과 관련돼 있다. 혼돈과 불확실성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은 작게는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 크게는 미래를 향한 인류의 행로를 닮았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면 어린 주인공이 π 값을 외워 칠판에 가득 적는 장면이 나온다. π 값은 한낱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탐구하는 여정 속에 문명의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3월 14일을 ‘원주율의 날’(π 데이)로 기념한다. 수학에 대한 더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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