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한 배우·마스크 쓴 관객, 얼굴 가려도 흥은 드러났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뮤지컬 ‘캣츠’ 주역 3인방 인터뷰

‘캣츠’ 40주년 내한 기념공연으로 부산 무대에 오른 주역 3인방. 왼쪽부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고양이 포즈를 취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관객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이분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100%라고 느꼈어요. 다른 지역보다 부산 무대가 객석과 더 가까워 친밀감과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40주년 내한공연 뮤지컬 ‘캣츠’의 주역 3인방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캣츠’ 부산 공연은 지난 5일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했다. 부산 공연이 한창 열리고 있던 지난 11일 ‘캣츠’ 팀을 만났다.


40주년 내한공연 부산서도 개막
리틀·암필·파트리지와 뒷이야기
직접 분장하면서 캐릭터에 몰입
관객과 함께 춤 못 추는 건 아쉬워

셋 중 한국과 가장 인연이 많은 배우는 브래드 리틀(56)이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역할로 전 세계에서 2000회 이상 공연한 4명 중 한 사람이고, 한국에서도 ‘유령’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의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서울에 정착했다.

리틀은 “젊은 두 배우에게 부산 공연 전에 (관객 반응이 좋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봐’라고 조언했다”면서 “역시나 부산에 오니 바로 반응이 터져 나와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캣츠’에서는 경험 많고 선지자격인 노인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 역할을 맡았다.

늙고 초라해진 고양이 ‘그리자벨라’를 연기한 조아나 암필(45)은 명곡 ‘메모리’로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암필은 필리핀계 영국인으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레미제라블’의 ‘판틴’ 등 주역을 맡아온 세계적 디바다. 그는 “‘캣츠’라는 작품 자체가 안무면 안무, 연기면 연기까지 기본으로 갖춰져 있는 작품이어서 40년 동안 사랑받는 것 같다”며 “관객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여러 캐릭터와 내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캣츠’가 다양한 고양이 군상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보니 문화 장벽이 낮아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게 배우들의 설명이다. 리틀은 “사실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때 현장에 있었다”고 깜짝 고백해 인터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캣츠’는 1981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고, 1982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캣츠’ 속 가장 끼가 넘치는 캐릭터 ‘럼 텀 터거’를 연기한 영국 출신의 댄 파트리지(27)는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손가락 하트를 하는가 하면 술 마시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가장 ‘한국화’된 연기를 펼쳐 보인다. 파트리지는 “무대 위에서는 K-팝스타가 된 기분으로 연기한다”면서 “코로나 이전에는 객석에 뛰어가 관객과 춤추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걸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동일한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최대한 쏟으려고 노력한다”고 웃었다.

연습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7월부터 서울, 대구, 서울 앙코르 공연에 이어 부산 공연까지 약 9개월째가 되다 보니 배우들은 유쾌하면서도 끈끈한 시너지를 냈다.

지난해 서울 공연 도중 리틀은 어머니와 사별했고, ‘캣츠’ 팀의 지지로 지금까지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리틀은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아직 미국 집에 못 갔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부정하는 단계일 수 있지만, 내가 일어설 수 있도록 ‘캣츠’ 팀이 보여준 지지는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정도로 아름답고 깊었다”며 살짝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캣츠’는 배우들이 직접 분장하는 전통이 있다. 파트리지는 “무대에 오르기 전 앉아서 분장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다”면서 “얼굴에 페인트를 칠하고 털을 붙인 모습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며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된다”고 전했다. 암필과 리틀도 “분장이 마치 명상하는 과정 같고 배우로서 자긍심을 갖게 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리틀은 “‘캣츠’ 백스테이지 모습과 더불어 저의 한국 생활을 볼 수 있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이 18일 예정돼 있다”며 “파트리지, 암필과 함께 오후를 보내는 장면도 촬영했으니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암필은 “전 세계 공연계가 멈춰 있는 팬데믹 속에서 캣츠 40주년 투어로 공연한다는 점이 특별하다”면서 “극장이 꽉 찰 정도의 관객을 모실 수 없어 슬프지만 이렇게라도 공연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방역 지침을 지켜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 공연은 다음 달 4일까지 계속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