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중 외교 틀 벗어난 ‘초월적 전략’ 구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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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 문정인

는 코로나로 세계 질서의 판이 더욱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의 국제 전략을 모색한 책이다. 외교 안보 전문가인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썼다.

우선 코로나 이후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를 두고 5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첫째 미국 단일 체제 부활의 ‘팍스 아메리카 Ⅱ’와, 둘째 중국 단일 체제의 ‘팍스 시니카’는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다. 셋째 세계가 폐쇄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성곽도시와 새로운 중세’ 시나리오도 있고, 넷째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다자주의의 ‘팍스 유니버설리스’ 시나리오도 있으나 둘 다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5가지 시나리오 중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다섯째 ‘미·중 양극 체제의 악화 구도’다.

코로나 이후 세계, 어떻게 변할까 분석
‘팍스 아메리카 Ⅱ’ 중국 ‘팍스 시니카’
‘성곽도시와 새로운 중세’ 등 가능성 낮아
‘미·중 양극 체제 악화 구도’ 실현성 강조

미·중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으며 악화하고 있다. 문제적 인물 트럼프는 많은 ‘패착’을 남겼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신냉전을 선포했다. 그의 행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대중국 전략 보고서’로 신냉전 프레임을 공식화했으며,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중국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했다”며 중국과의 결별을 통한 신냉전을 선포했다. 위험하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공산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남을 부순다는 건 자기가 부서질 수 있다는 위험을 함축한다.

미·중 신냉전의 악화로 제2의 한국전 가능성도 거론됐다. ‘투키디데스의 함정론’의 주창자인 미국 하버드대 앨리슨 교수는 2019년 제주 포럼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이 제2의 한국전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중국 측 유명 정치학자도 “한반도는 잠재적 지뢰로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면 미·중 신냉전은 지정학 충돌에서, 지경학(地經學), 기술패권, 이념 대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새로 들어서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지만 미·중 신냉전 구도는 되돌릴 수 없게끔 멀리 와버렸다.

신냉전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5가지다. 문정인이 제시하는 한국 전략의 핵심은 이른바 초월적 전략이다. 이게 가능할까.

먼저 한국의 5가지 전략 시나리오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첫 번째는 ‘한·미동맹 강화론’이다. 즉 중국 배제론이다. 이는 시대를 잘못 읽은 거라고 한다. 중국이 한국 총무역액의 25%, 최대 규모를 차지한다. 2030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넘어선다는 중국을 배제하고선 안 되게 돼 있다. 그렇다고 두 번째 ‘중국 편승론’도 취할 수 없다. 미국도 원치 않고, 특히 중국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홀로서기 유혹’이다. 이는 ‘적극적인 핵무장론’과 ‘소극적인 중립국 전략’으로 나뉘는데 매력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네 번째는 ‘현상 유지론’이다. 균형 외교, 줄타기 외교,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컬어지는, 현재 한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점차 강해질수록 미국의 선택 압력도 그에 따라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큰 그림의 모색이 필요한 것이다. 문정인은 다섯 번째 ‘초월적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적 주장이다. 즉 미·중 진영 외교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현재 미·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여기에 휘말릴 게 뻔하다. 따라서 우리가 ‘다자주의’와 ‘열린 지역주의’를 기반 삼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거다. 아세안에서 싱가포르의 역할, 유럽공동체 구축에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의 역할에서 보는 ‘연성 균형자’를 비롯해 중견국외교협의체 ‘믹타’, 글로벌녹색성장기구 등 다양한 예들이 제시되고 있다.

동맹 미국의 압박이 있을 거고, 보수 진영의 반대가 있을 건데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점차 깊어간 신냉전의 수렁을 직시하라고 주문한다. 우리의 기존 입지는 없어지고 있다는 거다. 초월적 전략을 펼치기 위해선 국내 정치적 기반과 시민사회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깨어 한국의 새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문정인 지음/청림출판/368쪽/1만 7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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