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애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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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부장

“우리에겐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다.”

<할아버지 안녕>은 아이들에게 장례 과정과 의미를 전달한다. 종수·종지 남매는 부모님을 따라 기차에 오른다. 명절도 아닌데 갑자기 시골에 가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이다. 시골집에 도착하니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떠돈다. 안방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 주변에서 어른들이 눈물을 흘린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다.”

시골집에 빈소가 차려진다. 조문객들이 찾아와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유족을 위로한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삼거리 만물상’을 운영하신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조문객들이 떠나고 나면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나눈다. 발인 날 할아버지는 꽃상여를 타고 집을 나섰다. 따뜻한 봄날 산들바람 아래 할아버지는 가족묘에 안장됐다.

글을 쓴 김병규 작가는 “장례식은 고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안녕히 가시라’고 작별하는 엄숙하면서 사랑이 가득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임종을 지키고, 장례식을 치르면서 우리는 고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첫 단추를 채우게 된다.

이별은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고정순의 <철사 코끼리>는 이별이 너무 아파서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림책 속 소년은 코끼리를 키웠다. 언제나 함께했던 코끼리 얌얌이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너무 그리워서 소년은 마음으로 계속 울었다. 텅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 소년은 철사로 코끼리를 만들었다.

소년은 얌얌 대신 커다란 철사 코끼리를 끌고 다녔다. 철사 코끼리는 소년의 마음속 상처를 상징한다. 철사 코끼리 때문에 사람들은 소년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철사 코끼리가 내는 소리에 소년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소년은 상실과 아픔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상처받은 그에게 우리는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예고 없이 다가오는 이별을 겪은 이에게는 상실과 아픔을 달랠 시간이 필요하다.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 가슴 속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마음에 숨겨둔 슬픔은 상처를 계속 덧나게 한다. 이별에 아픈 이에게 “울지 말라”고 말하지 말자.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애도를 옆에서 지켜봐 주자. 소년이 스스로 철사 코끼리를 용광로에 밀어 넣을 때까지 기다려 주자.

“이별에 아픈 당신, 슬퍼해도 괜찮습니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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