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크루즈관광,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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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크루즈관광이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됐다. 국내 최대 크루즈 항만이자 세계로 뻗어 나가려던 부산항은 현재까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 예정된 176항차의 크루즈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부산에 들어온 크루즈 여객은 한 명도 없었다. 늘어나던 크루즈 선박 선용품 매출액도 전년 대비 90%가 감소했다. 그나마 국내 항만 중 유일하게 물류 목적의 크루즈 선박이 8차례 기항해 지역 관련 업체가 숨만 겨우 쉴 수 있었다. 크루즈 여객이 부산에 머물면서 식당과 쇼핑몰 등지에서 지출한 비용 또한 제로였으니, 지역경제가 입었던 타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부산항 기항 관련 문의 지속 ‘희소식’
더 큰 수익 위한 국적선사 등 꿈꿀 때

코로나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비록 요원하지만 한 줄기 빛이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인 코로나 백신 접종 덕분이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크루즈관광 재개에 대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다. 해외 선사들도 부산항 기항과 관련한 문의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고 한다. 부산항만공사 또한 코로나 이후 크루즈관광에 대비하기 위해 동북아 주요 크루즈 항만 및 선사와 협의체를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대만이 ‘목적지 없는 크루즈’를 운영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억눌린 여행 수요를 잡을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국적 크루즈 선사가 없어 대만과 같은 목적지 없는 크루즈 상품의 운영은 힘든 게 사실이다. 큰 위기는 역발성으로 극복해야 한다. 글로벌 크루즈 기업들이 잇따라 선박을 해체하거나 시장에 내놓아 가격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국적 크루즈 선사가 직접운송인이 되면 지금처럼 전세선박을 이용하는 것보다 수십 배의 수입을 더 올릴 수 있다. 크루즈산업 발전을 노리는 우리나라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나 마찬가지다. 크루즈 선박은 비싸서 선사만의 노력으로 매입이 어렵다고 한다. 정부나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부가가치 조선산업으로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크루즈 산업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크루즈는 ‘코로나 배양접시’라는 부끄러운 별명이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크루즈관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K-방역으로 호평을 받은 한국은 세계가 선호하는 여행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크루즈선들의 모항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크루즈선 자체가 방역체라고 인식될 정도로 개조해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선내 방역 체계와 승객 관리 매뉴얼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억눌렸던 크루즈 여행 수요가 되살아났는데, 우리가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면 크루즈 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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