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05) 양혜규 ‘솔 르윗 뒤집기-8배로 축소된, 셋×넷×셋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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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는 기억과 경험, 역사적 사건 등의 서사적 내용을 오브제와 독자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가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솔 르윗 뒤집기’ 연작 중 하나이다. 미국 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거장인 솔 르윗(1928-2007)의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1986)’을 뒤집어 비어 있는 입방체 모양을 백색 블라인드로 대체한 것이다. 백색 선과 입방체의 최소 단위로 이뤄진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의 조각으로 잘 알려진 솔 르윗의 작품을 차용하고 변형한 것이다.

2015년 시작된 연작인 ‘솔 르윗 뒤집기’는 솔르윗에 대한 존경이자 오마주로, 양 작가는 솔 르윗의 작품 세계에서 느낀 무한한 해방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작가는 실내와 실외의 가림막으로 사용되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오브제인 블라인드를 통해 모호한듯 보이지만 명확하고 양가적인 특성으로 안과 밖을 넘나드는 열린 경계성을 암시한다. 인간의 견고한 관념과 소통을 의도한 작품이다. 블라인드에 반사되는 빛은 재료나 주제가 특정한 영역에 갇히지 않게 생동감과 자유로움마저 전달한다.

이 작품은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로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2016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독일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관(UCCA) 등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영국 테이트미술관, 미국 구겐하임, 뉴욕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된 작품이다.

양혜규의 ‘솔 르윗 뒤집기-8배로 축소된, 셋×넷×셋 2016’은 현재 열리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 Ⅲ:경계위의 유랑자’ 전시에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

김지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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