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높은 공무원과 동등한 국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공무원과 공사 직원은 국가 공동체의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공적인 일은 사적인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나라의 공적인 일을 하려면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부패 공무원과 공사 직원들의 자질과 자세는 공적이지 않고 사적이고, 공익이 아닌 추악한 사익에 다름 아니다.


LH, LCT 의혹에서 공직자 거론돼
‘도적떼에게 곳간 열쇠를 맡긴 것’

검찰, LCT 특혜 사건 대부분 불기소
경찰,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해야

부정부패 처벌은 공동체 정의에 필수
공직자 민주시민 위한 예방 교육 필요



3기 신도시 투기 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 공무원과 정치인도 연루되었다. 그리고 해운대 LCT 특혜분양 리스트가 터져 나와 전현직 국회의원, 장관, 법원장, 검사장 등 높은 공무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공동체 공동의 일을 공익을 위해 처리해야 할 공무원과 공사 직원들이 사욕과 부패와 범죄의 화신이 된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고, 도적떼에게 곳간 열쇠를 맡긴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수사해서 일말의 관용도 없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런데 부산참여연대는 이미 몇 년 전에 LCT 실소유주인 이영복 씨가 로비를 위해 분양권을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43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작년 말 이영복 씨 아들 등 2명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했다. 검찰이 작년에 불기소 처분했는데 실체가 없다던 특혜분양 리스트가 이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LCT 측은 특혜는 없었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부산참여연대의 진정에 따라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물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들 높은 공무원들의 LCT 관련 부정부패에 대해 검찰이 조금이라도 의구심이 남게 무혐의 처분했다면, 지역 권력 엘리트 간의 패거리 부패 담합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분노와 처벌 요구는 극에 달할 수 있다.

국가 공동체는 특정 엘리트가 아닌 주권자 국민 모두의 것이다. 따라서 국가 공동체의 공동의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은 공익을 최우선시해야 하고, 사리사욕을 불법으로 추구한 경우 엄정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장관과 법을 적용하는 법관과 범죄행위를 수사하고 공소하는 검사가 서로 짬짜미로 부패사슬에 연루되었다면, 이 상황은 총체적인 공무원 권력 비리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대한 철저한 처벌은 공동체의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처벌이 끝이 아니다. 예방적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공무원 시험은 대부분 직무 관련 암기과목과 논술 그리고 인성 면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암기과목과 짧은 면접 심사로 예비 공무원의 사람다움과 직업윤리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무원이 공익을 추구하는 공적 자질과 자세를 배우고 익히는 교육이 입사 후에 정례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의 내용은 첫째, 주권자 국민은 모두 동등하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국민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사람도 아니다. 공무원과 국민은 모두 인권과 주권을 지닌 동등한 존재다. 동등한 국민 간에는 서로 군림하기 어렵고 존중하고 배려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국민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동등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국민을 앞에 두고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려 하거나 범죄행위를 통해 사익을 추구할 수는 없다.

둘째, 치자(治者)로서 공동체 공동의 일을 수행하더라도 치자와 피치자(被治者) 간에는 ‘지배적 자유’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 동등한 사람들 간에는 지배나 예속이 있을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법에 의한 지배’를 제외하고 누군가가 타인을 지배하고 예속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자유도 소유해서는 안 된다. 높은 공무원들은 국민을 지배하고 예속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자유로운 권한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컨대, 검찰이 겉으로는 법치주의를 내걸고 속으로는 주권자 국민이 위임한 수사권과 공소권을 자신의 ‘지배적 자유’를 위한 사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셋째,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의 업무와 연관된 부정부패는 반 공동체적 행위로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고 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 가장 효과가 좋은 예방적 교육은 유사한 기존의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사례를 미리 인지 시켜 주는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높은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런데 솔선수범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잘못에 대한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공동체는 지배적 자유에 젖어 있는 잘못된 몇몇 고위 공무원들을 동등한 민주시민으로 만드는 교육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