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먹는 것은 내 살을 뜯어먹는 것”… 어린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카카오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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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이야기] 달콤한 초콜릿의 씁쓸한 비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비극은 그리스인들과 윌리엄 세익스피어가 썼다. 둘의 공통점은 초콜릿을 몰랐다는 것이다.”

미국 음악인 샌드라 보인튼이 초콜릿을 격찬한 표현이다. 초콜릿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침이 꼴깍 넘어간다. 머리에 초콜릿이 떠올라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외신을 살펴보다 초콜릿에 대한 충격적인 표현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초콜릿을 먹는 것은 내 살을 뜯어먹는 것과 같다.”

너무나도 끔찍하고 참혹하게 들리는 이 말을 한 사람은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카카오) 농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탈출한 어린이였다. 인권단체인 ‘국제인권옹호(IRA)’가 최근 세계적인 초콜릿 회사 일곱 곳을 상대로 어린이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에 공모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외신 기사 말미에 붙어 있는 서글프고 안타까운 고백이었다.

코코아 농장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강제노동 현황은 비참할 정도다. 달콤한 초콜릿이 씁쓸하게 느껴질 정도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전국여론조사센터(NORC)’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19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어린이 156만여 명이 코코아 농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초콜릿을 만드는 코코아 콩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자란다.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서부 아프리카의 코코아는 주로 수출용으로 재배된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연간 국가 총 수출액의 60% 가량을 코코아가 차지한다.

어린이 강제노동이 기본적인 이유는 세계적 초콜릿 회사들이 농장에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결국 농장주들은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 평균 품삯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하루 2달러 미만이다. 이 탓에 사람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농장주들은 어린이들을 강제노동에 끌어들이게 됐다.

대다수 어린이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농장에 일하러 간다. 또 친척 손에 팔려,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돼 농장에 팔려가기도 한다. 인신매매 조직은 코트디부아르뿐 아니라 인근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말리 등에서도 어린이를 납치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는 대개 12~16세다. 어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다섯 살도 있다. 여자 어린이 비율은 절반가량이다. 농장주가 어린이들을 채찍으로 때리거나 방에 가두는 학대 행위는 수시로 벌어진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공정무역’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지키기 위한 동맹’ 같은 신조를 내세우는 조직이나 단체가 거래하는 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어린이 강제노동 근절을 위해 비건 초콜릿 구매 운동이나 서아프리카 산 코코아 구매 반대 운동 등을 주창한다. 이것은 서아프리카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일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유일한 방법은 초콜릿 회사들이 농장에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린이 노동을 직접 감시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사실을 숨기거나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일부에서는 어린이 강제노동에 무관심한 초콜릿 회사들의 제품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펼치자고 주장한다. ‘초콜릿을 먹다 죽어도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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