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다 알바는 내 운명, 이젠 제작자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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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정영주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운명처럼 만나 제작자로서 첫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종회 기자 jjh@

“2018년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한국 초연에 출연한 뒤, 드라마를 보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이 뮤지컬이 계속 생각났어요. 선뜻 나서는 제작사가 없어 무대에 다시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브로드웨이 라이선스를 알아보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27년 차 배우 정영주의 말이다. ‘믿고 보는 배우’ ‘뮤지컬계 터줏대감’과 같은 별명을 가진 뮤지컬 배우이자 영화, 드라마, 예능에도 진출하며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그가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공연계의 화제가 됐다. 배우로서만 살다가 프로듀서라는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제작 나선 배우 정영주
무대 생활 27년 ‘믿고 보는 배우’
영화의전당에 직접 공연 제안
자유와 욕망 스토리 ‘여성 중심극’
19~28일까지 부산 팬들과 만남

배우 정영주가 제작을 맡고 ‘베르나르다 알바’ 역할을 연기한 이 작품은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 동안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의전당 개관 10주년 기념 초청작이다. 이 뮤지컬이 부산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순전히 ‘프로듀서 정영주’ 덕분이다. 부산 공연 관람차 영화의전당을 방문한 그가 직접 영화의전당에 제안해 공동 제작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가 나오는 공연이라고 하니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고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부산하면 ‘영화의 도시’ 잖아요. 부산국제영화제에 관객으로서 참석했던 때 말고는 영화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인데 기대가 되고 신나네요.”

부산 공연을 먼저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터뷰를 제안했다. 그는 한창 서울 공연 중(서울 정동극장, 1월 22일~3월 14일)임에도 공연이 없는 날인 8일 흔쾌히 부산으로 달려왔다. 제작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인상을 줬다.

사실 이 작품은 여성 10명만 등장하는 ‘여성 중심극’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뮤지컬계가 사실상 대중극과 소수의 남성 뮤지컬 스타가 관객몰이하는 작품으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여성 배우만 출연하는 꽤 드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배경으로 남편 안토니오가 죽고 당시 관습에 따라 8년상을 치르는 와중에 전통을 지키려는 억압적인 엄마 ‘베르나르다 알바’와 자유를 갈망하는 다섯 딸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스페인의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비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2006년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18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두 번째이다.

그에게 ‘베르나르다 알바’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학교 다닐 때 처음 이 작품의 연극을 봤던 기억이 강렬해요. 1968년 연극이 초연됐고 1989년에 다시 무대에 올라 제가 본 건 1990년 앙코르 공연이었거든요. 그때 ‘알바’ 역할을 대선배님이신 박정자 선생님이 연기했어요. 정말 잊히지 않는 작품이었죠.”

연극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친한 친구가 영어 대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차 번역본이었는데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2018년 공연 제안이 들어와 흔쾌히 역할을 맡았고요”. 그는 이 작품으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코로나19에도 서울 공연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N차 관람’하는 관객도 많다. 공연 제작사 브이컴퍼니에 따르면 12회를 관람한 관객이 3명이고, 8번 본 관객, 4번 본 관객은 훨씬 많을 만큼 열광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지만 극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관객이 많다고 제작사는 자체 분석했다.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베르나르다 알바’ 역에 정영주 배우뿐만 아니라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이소정 배우가 출연한다. 정영주 배우와 동갑내기 친구인 부산 출신 황석정 배우를 비롯해 총 4명(정가희, 이상아, 전성민)의 부산 출신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배우들은 공연 7개월 전부터 스페인 전통춤인 플라멩코를 맹연습해 격정적인 춤을 선보인다.

“1930년대 스페인의 이야기이지만 2021년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첫 장면에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장치가 다 들어 있어서 첫 장면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부산 무대에서 만나요.”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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