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극장가 봄 새싹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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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윤여정이 나선 영화 ‘미나리’, 부산 출신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 엑소 멤버 찬열이 나선 ‘더 박스’,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서복’. 판시네마·인디스토리·영화사테이크·CJ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로 무너진 한국영화 생태계에 작은 새싹이 움트고 있다.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기대작들이 속속 극장 개봉 소식을 알리고 있어서다. 올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영화 ‘미나리’를 시작으로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박보검 주연의 ‘서복’ 등이 관객을 찾는다.

배우 윤여정이 나선 영화 ‘미나리’는 지난 3일 개봉한 뒤 일주일간 약 3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에 활력을 지폈다.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이민 2세대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영화에 담겼다. 이달 초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양대 영화시상식인 아카데미의 주요 후보작으로도 꼽히고 있다. 한국 배우 한예리와 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 연, 앨런 킴 등이 출연했다.


화제작 ‘미나리’ 관객 몰이 선두
‘자산어보’‘서복’ 등 개봉 주목

이준익 감독의 흑백영화 ‘자산어보’는 31일 극장가에 걸린다. 영화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을 만든 이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흑산도로 유배된 학자 정약전과 청년 어부 창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다른 신분의 두 사람이 어류학서인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는 과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배우 설경구와 변요한이 각각 정약전과 창대를 맡아 연기 합을 맞춘다. 무엇보다 변요한은 캐릭터 연기를 위해 수영과 생선 손질, 전라도 사투리 등을 맹연습한 것으로 알려져 영화 팬의 기대를 받고 있다.

‘건축학개론’을 만든 이용주 감독은 영화 ‘서복’으로 다음 달 15일 관객을 찾는다. 이 작품은 인류 최초의 복제 인간 서복과 그를 극비리에 옮겨야 하는 정보국 요원 기헌의 동행을 그린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으로 나섰으며, 제작비 160억 원이 들어간 한국판 블록버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개봉이 목표였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개를 미뤄왔다. 이 작품은 극장 개봉과 함께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다채로운 독립·예술 영화도 스크린을 물들인다.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 ‘파이터’와 성소수자의 사회적 거리감을 그린 ‘정말 먼 곳’, 그룹 엑소 멤버 찬열이 나선 ‘더 박스’ 등이다.

이 가운데 18일 개봉하는 ‘파이터’는 부산 출신 윤재호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은 세상의 편견과 싸우며 성장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았다. 주연인 임성미는 당시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쥐어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영화배우 이상희·기주봉 등이 나선 ‘정말 먼 곳’은 오는 18일에, ‘더 박스’는 24일 스크린에 걸린다.

영화계에선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극장가 출발선에 선 이들 작품의 성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감염병 확산 이전의 성적까진 아니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향후 다른 작품의 개봉을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서복’의 성적이 영화계 초미의 관심사다”며 “작품 완성도도 꽤 괜찮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작품의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면 앞으로 한국 영화의 개봉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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