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압수수색’ 칼 뽑은 경찰… 검찰은 수사 협력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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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불법 투기 의혹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대적인 압수 수색이 진행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9일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 과천시의 과천의왕사업본부, 인천시의 광명시흥사업본부 등 총 3곳을 대상으로 압수 수색을 벌였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의 신도시 불법 투기 의혹을 제기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LH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진주 본사·과천·광명본부 대상
국수본, 수사관 67명 대거 동원
LH 전·현직 직원 15명 수사선상
문 대통령, 검경 수사 협력 당부
검찰 내부 불만 목소리 터져나와
“수사권 조정에 힘 실어주는 셈”



■증거물 분석 후 윗선 소환 ‘초읽기’

이번에 경찰이 압수 수색한 LH 지역본부들은 모두 투기 의혹과 관련된 곳이다. 과천의왕사업본부에는 투기 의혹에 연루된 직원 중 3명이 근무했다. 광명시흥사업본부는 사건의 시발점이 된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을 담당한다.

이번에 압수수색 대상이 된 LH 직원은 13명으로 모두 현직이다. 이에 앞서 경찰은 부패방지법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 먼저 수사를 받고 있는 전직 직원 2명까지 포함하면 수사선상에 올라간 LH 직원은 모두 15명이다.

LH의 신도시 불법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특별수사단을 편성했다. 수사국 내 반부패수사과·중대범죄수사과·범죄정보과를 비롯해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까지 모두 포함한 광역 수사단이다. 이번 압수 수색에도 LH 본부의 사무실 업무용 컴퓨터에서 자료를 내려받을 포렌식 요원 등 무려 67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

칼을 빼든 수사단은 이번 압수 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LH 임직원까지도 소환할 전망이다.



■檢, 대통령 수사 협력 주문에 입 나와

LH의 신도시 불법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인 수사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미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광역 수사단을 꾸려 주축이 된 상황이다.

검찰은 일단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산지청 소속 검사 4명과 수사관 8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하지만 검찰 조직 내부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과거 같으면 검찰이 이끌었을 대형 비리 의혹 사건을 경찰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돌팔매를 맞은 데 대한 반발심도 한몫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도 검찰에겐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 노하우를 공유하면서까지 경찰 주도의 수사를 도와봐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했다’는 원치 않는 평가만 쏟아질 게 뻔하다는 이야기다. 검찰이 반대하는 수사와 기소 분리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그렇다고 수사기관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외면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LH 사건이 6대 범죄로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은 그었다. 그러나 워낙 LH를 성토하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지라 검찰로 수사 주도권을 넘기는 대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번 LH 수사와 관련해 “공직 부패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이나 금액에 제한이 있지만 그런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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