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책임 없다” 간호사 진술에 무너지는 피해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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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방청석 1열] ‘신생아 학대 상해 사건’ 첫 공판

9일 오전 11시께 부산지방법원 301호 법정 앞, 한 남성이 초조한 모습으로 곧 열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후 5일 된 딸 아영이가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두개골이 골절되는 울분을 견뎌내야 했던 이 남성은 가슴 속 울분을 삭히며 사고 이후 처음 보는 가해자와의 대면을 기다렸다.


두개골 골절 후유증으로 장애
가해자 혐의 부인에 부모 울분

오전 11시 20분. 부산지방법원 301호 법정으로 수형복을 입은 한 여성이 들어섰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은 조심스레 주위를 살핀 후 피고인석에 앉았다. 해당 여성은 2019년 10월, 부산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 씨. A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을 지켜보는 방청객들의 얼굴을 외면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상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A 씨의 옆에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병원장 B 씨와 간호조무사 C 씨도 앉았다.

A 씨는 이른바 ‘아영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기소됐다. A 씨는 2019년 10월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에서 생후 5일 된 아영이의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올리는 등 학대하고,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 씨가 아영이를 비롯해 14명의 신생아를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며 “아영이에게 바닥에 떨어뜨려 치료 일수를 헤아릴 수 없는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고 공소 사실을 밝혔다.

류승우 부장판사는 A 씨에게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지 물었다. 그 순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A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CCTV에 찍힌 일부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한다면서도 아영이를 혼수상태에 만든 건 자신이 아니라는 취지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부인했다. A 씨는 이날 국민참여재판도 거부했다. 방청석에 앉아 A 씨의 답변을 지켜보던 아영이 아버지는 화를 꾹꾹 눌러 삭이는 듯 했다.

40여 분에 걸친 1차 심리가 끝난 뒤 법정을 나온 아영이 아버지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A 씨의 답변에 대해 “화난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피고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심장이 막 뛰고, 겨우 추스르고 있던 마음이 분노로 가득 찼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아영이가 두개골 골절로 신체적 고통을 겪게 된 이후 아영이네 가족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태어난 지 14개월 된 아영이는 지난해 2월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몸은 성장했지만, 아영이는 현재까지도 시각과 청각을 잃어버린 채 심각한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다. 튜브를 통해 하루 네 번 우유 등으로 영양을 공급 받고 있다.

아영이 사고로 아영이 가족의 경제 사정은 어려워졌다. 아영이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영이 간호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영이의 아버지 역시 어려워진 경제 사정 속에서도 아영이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한수·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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