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가덕신공항 동반 성장” 정부 검증 연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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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부산본부가 2014년 다른 나라 사례를 바탕으로 가덕신공항과 같은 지역 공항이 생기면 인천공항과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개장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 모습.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과 같은 지역 대표 공항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가 중추공항인 인천공항과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 기관의 검증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허브공항과 제2공항 형태의 멀티 포트 시스템을 채택한 나라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입증한 것으로, 가덕신공항이 국가 중추 공항을 보완하는 제2공항으로서 위계를 차지해야 국토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공항 여객·화물 잠식 아닌
‘1·2 공항’ 서로 보완적 발전”
한국은행 2014년 연구 발표
일본·영국 등 7개국 사례 분석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2014년 ‘지역 대표 공항의 성장이 수도권 공항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시사점’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해 보고서를 냈다.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이 인천공항 수요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타당한지 분석한 것이다.

이 연구는 두 공항 간 거리와 인구, 운항 횟수 등에서 한국과 환경이 유사한 일본(나리타-간사이·385km)과 영국(히드로-맨체스터·262km), 독일(프랑크푸르트-뮌헨·305km), 네덜란드(스키폴-아인트호벤·111km), 이탈리아(레오나르도다빈치-말펜사·478km), 스페인(바라하스-엘프라트·505km), 벨기에(브뤼셀-리에주·90km) 등 7개국을 선택해 시기별로 수도권 공항과 지역 대표 공항의 여객·화물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국가의 지역 대표 공항과 수도권 공항이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보여준 여객 수송 실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두 공항이 모두 서로를 보완해 성장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특히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여객 동반 성장을 나타내는 상관계수를 보면, 일본이 0.75, 영국 0.74, 독일 0.85, 네덜란드 0.56, 이탈리아 0.36, 스페인 0.56, 벨기에 0.43로 평균 0.61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은 0.22로 이들 국가와 비교해 매우 낮은 동반 성장세를 보였다. 계수가 1이면 두 공항이 보완하며 똑같은 비율로 성장한 것이며, 음의 영역인 ‘마이너스’로 나타나면 한 공항이 다른 공항을 대체해 악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화물 수송에서도 이들 국가는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은 0.81, 영국 0.68, 독일 0.93, 네덜란드 -0.85, 이탈리아 0.62, 스페인 0.64, 벨기에 0.43으로 수치가 나왔다. 소규모인 아인트호벤 공항의 실적 변화가 심해 ‘마이너스’를 기록한 네덜란드를 제외하고 모두 두 공항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이 연구에서 “지역 대표 공항의 여객 수송이 늘어나면 수도권 공항의 실적도 함께 늘어났다”며 “화물의 경우 여객에 비해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지만, 화물 수요를 상호 잠식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행은 “장거리 비행을 하는 국제선 승객들은 주거지와 먼 공항 이용을 기피하고, 항공 화물 역시 수백 km 떨어진 공항 간 수요 대체 가능성이 낮다”며 “공항 간 거리가 아주 가깝지 않다면 독립적인 수요층을 가져 지역 대표 공항의 성장이 수도권 공항의 수요를 잠식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또 “수도권과 지역 대표 공항은 산업구조 등 특성이 달라 분업 체계가 이뤄지고, 두 대도시 공항이 독립적으로 구축한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실제 2018년을 기준으로 OECD 주요국 복수 공항의 여객·화물 분담 비율을 보면, 독일의 제2도시 공항인 뮌헨공항이 허브공항인 프랑크루프트공항에 비해 여객 66.5%와 화물 17.2% 수준으로 분담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은 직선으로 305km 거리로 인천-부산과 지리적으로 유사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도 마드리드 공항에 비해 여객 83.8%와 화물 33.3% 수준이었고, 스위스 제네바 공항은 취리히 공항의 여객 56.6%, 화물 19.3%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해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해 여객 25%, 화물 1.5% 수준으로 제2공항으로서 위상이 현저히 떨어졌다.

“충분한 수요와 잠재력이 있는 지역 대표 공항의 성장은 국가 전체의 효율성 및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수도권 공항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북극항로의 출발점이자 환태평양의 결절점에 있는 가덕신공항은 항만과 항공이 결합하는 복합 물류, 새로운 화물 중심으로 성장해 인천공항의 몫을 잠식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 일본 등지의 복합 물류 수요를 가져와 인천공항만큼은 아니지만 가덕신공항도 더불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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