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보면 ‘나를 닮은 곰’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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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붓을 든 곰’, ‘곰룡-코스프레’, ‘코스프레’. 변대용 제공

부산 대표 도서관에 북극곰이 나타났다. 아이스크림을 찾아 여행하는 곰부터 공룡 옷을 입은 곰, 파종하는 곰까지 다양하다.

북극곰 조각으로 유명한 변대용 작가의 개인전 ‘곰곰이 보다: 나를 찾아 떠나는 100일 여행’이 부산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문을 연 부산도서관 내 전시실에서 개최되는 두 번째 전시로, 5월 9일까지 이어진다.

북극곰 조각가 변대용 개인전
부산도서관 5월 9일까지 전시

변대용 작가의 북극곰은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는 외형과 민트·핑크·연한 노랑 등 부드러운 파스텔 색감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변 작가는 “2007년부터 북극곰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그전에도 인체를 몽글몽글하게 단순화시켜 표현하는 ‘몽실이’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크레파스를 칠하면 생기는 흰색 공간을 지우개로 지워서 빈틈을 채웠다”며 “작품의 매끈한 표면에 저의 성정이 배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 살이’를 품은 북극곰 시리즈 중 책을 읽는 곰 가족이 전시 공간인 도서관과 잘 어우러진다. 변 작가는 “색이 반사되는 느낌을 좋아해서 책장을 민트색으로 했다”고 소개했다. 글이 아니라 곰 가족의 몸에 비치는 색으로 이야기가 전달된다. 곰 가족이 아이스크림을 나르는 조각에서는 꼬마 곰 각자의 성격이 포즈와 아이스크림 모양에서 드러난다.

‘길은 나서다’(가로 4.8m, 세로 1.1m, 높이 1.6m)는 조각인데 마치 대형 회화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여러 길 위에 곰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길을 간다. 혼자 또는 아기와 함께 걷는 곰, 아이스크림을 나르는 곰,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곰, 뒤쪽 숨은 공간에는 단잠을 자는 곰 가족도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간간이 소개되던 변 작가의 코스프레 시리즈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살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살짝 숨기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반영됐다. 눈밭에서는 북극곰의 흰색이 보호색이었지만, 도시에서는 도시가 가진 색에 맞춰야 한다. 초록·보라·갈색 옷을 입거나, 때로는 나이키·아디다스 마크가 선명한 검은 옷을 입은 반달곰이 되기도 한다.

‘붓을 든 곰’이 보인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의 어릴 때 꿈이 담긴 작품이다. 곰 머리 위의 하늘색 모자는 ‘원하는 대로 척척 그림을 잘 그리던’ 화가 밥 로스의 헤어스타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변 작가는 “전시를 보는 시민들이 ‘나의 곰이 어떤 곰인지’ 찾아보고, 나를 투영하는 곰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곰곰이 보다: 나를 찾아 떠나는 100일 여행’=5월 9일까지 부산도서관 2층 전시실. 051-310-5400.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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