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고 흔해 빠진 사람이 주인 되는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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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서 신작 ‘소설 진달래꽃’

동아대에서 강의한 이후 한산도에서 12년째 사는 유익서(76) 소설가가 장편 <소설 진달래꽃>(나무옆의자)을 냈다. 이념 쟁투 속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던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한반도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정면으로 뛰어든 문제작이다. 진양 만석꾼 집안 출신의 남로당 간부 김병산이 체포된 뒤 한국전쟁 발발로 남한 군경에 의해 사살되고, 이후 월북한 그의 아내 최은희는 두 차례 남파됐다가 남쪽으로 귀순한다는 게 큰 줄거리다.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해방공간 ‘조선 미래’에 몸 던진 혁명가
월북 후 남쪽 귀순한 그의 아내 이야기
자료 검증 통해 한국 현대사 고통 담아
“젊은층이 세상과 역사 깊이 바라봐야”

-병산의 죽음이 아프고 슬프다.

“병산은 시대 속에 있었다. 당시 제국주의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사회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혁명을 조선의 위대한 미래로 생각했다. 그 속에서 병산처럼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죽었다. 그걸 쓰고 싶었다.”

-최은희가 남쪽에 귀순한 것은 북한보다 남한이 더 우월한 체제라는 뜻인가?

“한쪽 편을 들려는 게 아니라 최은희가 그렇게 선택했다는 거다. 북쪽과 남쪽 체제의 장단점을 최은희는 느꼈을 것이다.”

-최은희보다 제3의 길을 택한 <광장>의 이명준이 분단의 아픔을 더 적실하게 드러내는 거 아닌가?

“아니다. 이명준이 택한 것은 결국 절망이었다. 중립국으로 가다가 바다에 뛰어들지 않았는가. 이명준이 그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나 국가, 이해할 수 있는 폭과 자산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지금과는 60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작가 개인의 입장은 뭔가?

“사회주의는 지금도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사회학자 만하임은 그건 존재할 수 없는 꿈이라고 했다. 사회주의 관료조직은 새로운 계급을 형성했다. 자본주의는 단점이 많지만, 그 단점을 계속 고쳐왔다. 현재의 문제는 불평등을 확산한다는 거다. 이도 고쳐나가야 할 거다.” 작가는 이런저런 얘기 중에 사회운동가 리영희가 말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한 사민주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우선으로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보장되는 체제의 우월성을 꼽았다.

-소설 제목에서 진달래꽃은 뭘 상징하나?

“힘도 없고 흔해 빠진 사람들이 주인 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병산의 신념을 상징하는 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2년 반 동안 책만 읽으면서 구상했다고 한다. 읽은 책이 200권을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상징 기법을 도입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자칫 역사적인 엄혹한 사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리얼리즘 기법을 취하게 됐다. 나는 소설적 재미보다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가, 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쓴다.”

-이 소설을 읽고 한반도 사람들 참 많이도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의 고통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우리의 20~30대 젊은이들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똑똑한 대로 세상과 우리의 역사를 깊이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도 전쟁 피해자다. 전쟁 때 모든 것을 잃고 나 혼자 혈혈단신으로 아무것도 없이 외롭게 자랐다. 세상의 고생 다 하면서 살았다”며 “배부른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에는 귀를 안 기울인다. 이번 소설 내용은 자료를 통해 검증한 거다”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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