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안 되는 ‘안심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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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매축지마을의 안심부스. 현재는 사용할 수 없다.

범죄와 같은 긴급상황 발생 시 여성과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산 동구청이 설치한 ‘안심부스’가 자주 고장 나면서 정작 필요한 시민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동구 설치 3곳 중 2곳 고장
사회적 약자 보호 취지 못 살려

8일 동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매축지마을, 경남여고 앞, 증산공원 등 3곳에 안심부스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안심부스는 여성·아동 등 범죄취약계층을 위한 비상대피소로 위급상황 시 이곳으로 대피해 비상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며 인근 지구대에 신고가 접수된다. 구청은 범죄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경찰과 해당 장소를 지정했고, 2017년 재난관리기금 1800만 원을 들여 안심부스를 이곳에 설치했다. 안심부스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동구에 설치됐다.

하지만 현재 3곳 중 2곳의 안심부스 사용이 불가능하다. 매축지마을에 설치된 안심부스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화면 터치 문제 등의 오류가 접수돼 12월 수리했으나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해 여전히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부스는 지난해에만 2번 이상의 수리를 거쳤다.

경남여고 앞 설치된 부스도 스크린 출력 등의 문제가 있어 현재는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실제로 8일 오전 취재진이 방문한 매축지마을 안심부스에는 ‘고장수리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부스 안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아무리 눌러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잦은 고장으로 안심부스를 사용할 수 없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시민들은 시설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다고 하더라도 이 시설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을 품는 시민들이 많았다. 동구 범일동에 거주하는 박진희(53) 씨는 “안심부스를 보긴 했는데 그냥 버려진 공중전화박스인줄 알고 지나다녔다”며 “신변보호 같은 그런 기능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매축지마을 인근 공원에서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70대 주민은 “항상 고장안내문이 붙어 있고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실제로 위급상황에서 사용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수리를 신속하게 완료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한상수 안전도시과장은 “부스를 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서울에 있는 탓에 수리가 쉽지 않다”며 “최대한 빠르게 수리를 완료하고 전문가를 불러 고장 원인분석을 하는 등 구민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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