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가덕신공항·월드엑스포 호재…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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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 경제부 유통관광팀장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부산 관광·마이스(MICE) 업계가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 엄청난 기회는 2030년 가덕신공항 개통과 부산 월드엑스포이다. 지난달 동남권 20년 숙원이던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10년 후 가덕신공항이 개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다 2030 월드엑스포도 부산에 유치되면, 부산 관광·마이스 업계는 다신 오지 않을 수 있는 호재를 맞이한다.

2030년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269만 명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다. 이 여파로 국제적 전시·컨벤션 행사가 이어지고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산시와 관광·마이스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이라는 기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선 부산 관광·마이스 업계의 허약한 산업 구조가 대한민국 1호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민낯을 보여준다.

부산지역 여행사는 1600여 곳이나 된다. 여행사 수로만 따지면 역시 ‘국제관광도시 답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이중 대다수는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 여행사의 관광상품을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영세 업체들이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결국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여행사의 배만 불린다.

마이스 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국제회의 전문 기획사(PCO) 업체 909곳 중 부산 업체는 68곳으로 전체의 7.5% 수준이다. 서울의 589곳과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부산 업체 중 40개 사는 한 해 5억 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영세 업체들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업체가 부산에 열리는 행사를 주최하는 경우도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 현대적 컨벤션 시설, 다양한 숙박업소 등이 공존해 관광·마이스 산업에 최적화된 도시로 평가받는 부산이지만, 부끄럽게도 글로벌 수준의 대형 여행사, PCO 그리고 전시 기획사(PEO)는 없다.

여기다 외국인들은 부산을 잘 모른다. ‘그저 그런’, ‘생소한’ 도시일 뿐이다. 최근 발표된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 기본계획 최종 용역’에서도 관광도시로서 부산 인지도는 낮다. ‘서울은 알아도 부산은 아예 잘 모른다’, '부산 정보가 많이 없어요', ‘부산 상징물이 필요해요’ 등이 외국인의 주 반응이다.

열악한 산업구조와 부산의 낮은 인지도가 지속되면, 1000만 관광객 호재는 ‘남의 잔치’가 될 것이다. 대형 여행사나 외국계 기업들이 관광 수익을 차지하고 서울 등 부산보다 잘 알려진 지역에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다.

부산 관광·마이스 업계는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부산을 제 2고향이라 여기는 한 외국인은 “이기대 등 세계 어딜 내놔도 찬사가 이어질 관광 명소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제대로 이용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부산을 사랑하는 외국인의 아쉬움 속에 답이 있다. 부산시와 업계는 지금부터라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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