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병·당뇨발·버거씨병·화상 등 치료 영역 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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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산소치료 어디까지 왔나

대기압보다 높은 인위적 환경에서 고순도 산소를 공급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고압의학 영역이다. 고압산소 챔버에서 김희덕 원장이 고압산소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호병원 제공

잠수병은 깊은 바닷속에서 작업하는 해녀와 다이버에게 흔히 생긴다. 높은 압력을 받는 물속에 있다가 빠른 속도로 수면에 상승하게 되면 질소가 폐를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인체에 남는다. 이때 질소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기포를 만들어 낸다. 사이다 병뚜껑을 갑자기 열었을 때 기포가 생기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기포가 혈관을 틀어 막아 두통, 흉통, 관절질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잠수병이다. 뇌손상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잠수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 것이 고압산소치료다. 고압산소치료는 현재는 잠수병 뿐만아니라 당뇨발, 버거씨병, 화상 등의 영역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인위적 환경 100% 고순도 산소 공급
시설 갖춘 병원 적고 매뉴얼도 미비
연탄가스 중독 등 응급치료에만 치중
어지럼증·돌발성 난청 등에도 효과


■고압산소치료 매뉴얼 아직 미비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보다 높은 2~4기압의 인위적인 환경에서 100% 고순도 산소를 공급해 인체의 산소부족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다. 다량의 산소가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하여 모세혈관을 통해 우리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다. 모세혈관을 잘 돌게 해 줌으로써 치료효과를 얻는 것이 기본 원리다.

고압산소치료 분야는 1900년 초에 시작돼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임상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해군에서 잠수의학 연구를 위해 처음 시작했고, 민간 영역에서는 1970년대 연탄가스 중독 치료를 목적으로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잠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후 군 의료기관에서 잠수병 치료를 위해 고압산소치료가 도입됐고 2000년 초에 다시 민간 의료기관에서 고압산소 챔버를 들여오면서 태동기를 맞게 됐다.

잠수병 환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할 전문 의료기관이 거의 없다. 고압 산소치료 시설을 갖춘 병원도 많지 않고 매뉴얼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호병원 김희덕 원장은 국내의 열악한 고압의학 수준에 충격을 받고 유학을 떠나 지난 2001년 영국 에버딘의대에서 잠수의학(고압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직접 고압산소치료기를 제작해 국내 최초로 식약청 승인을 받기도 했다. 부산의 의료장비 업체인 인터오션이 고압산소 챔버를 자체 생산할 때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김 원장은 “고압산소치료가 지금은 잠수병, 일산화탄소중독증 등 응급환자 치료에만 치중돼 있다. 응급의학 영역 이외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현실은 10억 원대의 고압산소치료 장비 가격에 비해 진료비가 턱없이 낮아 아무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수병, 일산화탄소중독, 화상 등 응급질환

해녀들은 숨을 참고 잠수했다가 나오는 스킨다이빙을 주로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잠수병에 걸리는 이들이 많다.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있는 전문 다이버들도 급격히 수면으로 상승하다가 잠수병에 걸리게 된다. 가능한 깊은 바다에서 수면으로 올라올 때는 천천히 올라와야 한다.

잠수병은 고압산소치료 챔버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증상 완화에 상당한 효과가 있으며, 빨리 치료 받을 경우 완치도 가능하다. 고압 챔버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압력을 올리면 질소 기포가 작아지는데 이때 순수 산소를 마시면 체내의 질소 기포가 빠르게 배출된다.

항간에는 갑자기 수면으로 올라와서 잠수병이 생긴 환자일 경우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천천히 올라오면서 치료하는 방법을 추천하지만 아주 위험한 방법이다. 일부 국가의 치료 매뉴얼에 언급돼 있는 방법이지만 정확하게 매뉴얼대로 하기 어렵고 동반자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로선 고압산소치료가 잠수병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화탄소가 헤로글로빈에 결합해 산소공급이 안되는 것이 연탄가스 중독이다. 일산화탄소중독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COHb) 수치를 측정해 환자의 상태를 먼저 체크한다.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이 0~5%는 정상범위이며 그 이상일 때에는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한다. 일산화탄소중독증 환자는 발견 즉시 산소를 공급해야 하고 의식불명일 때는 기도삽관술을 시행한다.

화상은 열에 의해 피부와 조직이 손상되는 것이다. 손상의 깊이에 따라 1~4도로 구분된다. 3도 이상의 화상에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화상 환자는 상태에 따라 고압산소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당뇨발, 버거씨병, 두통, 어지럼증 등 영역 확장

당뇨발은 당뇨합병증 중의 하나인 당뇨족부괴사를 말한다. 당뇨로 인해 혈관이 막히면 발가락부터 괴사가 시작돼 점점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심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혈장 내 산소 농도를 10~15배 증가시켜 준다. 그러면 발에 생긴 염증이 개선되고 독소 활성이 약해진다. 당뇨발 환자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70~80%가 완치된다.

버거씨병은 손발의 작은 동맥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고압산소치료를 10회 정도하면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한다.

김 원장은 “고압산소치료는 두통, 어지럼증, 손발 저림, 돌발성 난청 등의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고압의학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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