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베를린영화제 2년 연속 은곰상
영화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
홍상수 감독(61)이 영화 ‘인트로덕션’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각본상 부문 은곰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홍 감독은 지난해 은곰상 감독상을 거머쥔 데 이어 2년 연속 베를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홍 감독은 독일 현지 시간으로 5일 정오 열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 발표에서 ‘인트로덕션’으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은곰상은 영화제 전체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잇는 상으로, 감독·각본·주연·조연 등 각 부문 최우수작에 수여된다. 이번 발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인트로덕션’은 홍 감독의 스물다섯 번째 장편 영화다. 청년 영호가 세 개의 단락을 통해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배우 신석호와 박미소, 예지원, 기주봉, 서영화, 김민희, 조윤희 등이 출연했다. 김민희는 배우이자 현장 프로듀서 격인 프로덕션 매니저로도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단은 홍 감독의 신작을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을 넘어선다“며 ”찰나의 여백과 인간 삶 속에 숨은 진실을 갑작스레 밝고 분명하게 만들어나간다”고 극찬했다.
이 작품은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뒤 해외 주요 언론의 찬사를 받는 등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홍 감독의 장기인 관계의 상호작용이 잘 나타난다”면서 “소주를 곁들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찬 바다에 몸을 잠깐 담근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로써 홍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세 번째 수상에 성공했다.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만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19), ‘인트로덕션’ 등 다섯 편이다. 이 가운데 ‘도망친 여자’로 지난해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주연인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홍 감독은 이번 각본상 수상 후 영상으로 전한 1분 54초짜리 수상 소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 대신 작은 달팽이 사진을 공개하며 “김민희 씨와 산책을 하다가 작은 달팽이를 발견했다. 이 작은 달팽이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러분에게 선물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감독은 이 영상에 주연 김민희가 부른 도리스 데이의 노래 ‘케 세라 세라’를 입혔다.
한편 이번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 트로피는 라드 주드 감독의 ‘배드 럭 뱅잉 오어 루니 폰(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 최고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우연과 상상’이 받았다. 올해부터 성별 구분을 없앤 ‘주연상’은 영화 ‘아임 유어 맨’의 마렌 에거트가, ‘조연상’은 ‘포레스트 아이 시 유 에브리웨어’의 릴라 키즐링거가 각각 거머쥐었다. 감독상은 영화 ‘내츄럴 라이트’를 만든 데니스 나기 감독이 차지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과 6월 두 차례로 나뉘어 열린다. 남유정 기자 honeyb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