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칼’로 승승장구 ‘정권 정적’으로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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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의 선봉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당의 압박 속에 결국 취임 1년 8개월 만에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전 총장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을 둘러싼 정부·여당과의 갈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물러나게 된 것이다.

현 정권 칼날 겨누며 악연 시작
검찰 개혁 갈등에 결국 물러나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탄핵’을 발판 삼아 권력을 잡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윤 전 총장은 국감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을 남겼다. 이후 윤 전 총장은 2017년 5월 10일 문 대통령 취임 전까지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대전고검 검사로 전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10일 만인 2017년 5월 19일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적으로 임명했다. 통상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 직책을 검사장급으로 한 단계 낮춘 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바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칼자루를 넘겨받은 윤 지검장은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등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전 정권의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적폐 청산’ 수사에 나섰다.

문 정부는 이후 2019년 7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다시 한번 검찰총장에 파격 기용했다. 당시 그는 전임 문무일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후배였다.

전 정권 대상 ‘적폐 청산’ 수사 이후 윤 전 총장을 필두로 한 검찰 칼날이 현 정권을 향하면서 문 정권과 윤 전 총장의 악연이 시작됐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조국 전 서울대 교수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청와대와 윤 전 총장 간 기류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혼란을 남긴 상황 속에서 조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윤 전 총장과 정부의 대립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1년 넘게 사실상 윤 전 총장 찍어내기에 집중했다. 윤 총장도 굴복하지 않았다. 정권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펀드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여권과 대립각을 세울 만한 수사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다.

‘채널A 사건’ 등을 앞세워 추 전 장관 등 여권은 결국 지난해 11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하기도 했다. 법원이 징계위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1일 대검으로 출근하며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후 윤 전 총장과 정부·여당의 관계는 진정되는 듯했지만,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수사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제기되면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을 던졌다. 김한수·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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