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계 진출 초읽기’… 여 ‘일제히 맹비난’, 야 ‘기대 반 경계 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작심발언을 쏟아낸 지 사흘 만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지 사흘 만인 4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정가에서는 윤 총장의 이날 사퇴로 그의 정계 진출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정계개편설 등 그의 대권 도전을 전제로 한 각종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국민 보호” “대구 고향 같다”…
최근 정치색 짙은 발언 잇따라
지지율로는 ‘범야권 유력 주자’
대선 등판 땐 강력 변수 될 듯

윤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도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지만 “지금까지 해 왔듯 어떤 위치에서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의 ‘검수완박’ 추진에 강력 반발하며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온 윤 총장은 뒤이은 청와대의 경고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소통’ 제안에도 그 다음 날인 3일 대구고검·지검을 찾아 한층 더 강경한 어조로 여권을 비판했다.특히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한 발언은 자신이 주도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로 반감이 큰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총장은 정치권 인사가 아님에도 ‘조국 사태’로 현 정권과 맞선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총장은 9%로, 이재명 경기지사 27%,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1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보수진영 대선주자 중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13%로 가장 높았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11%, 무소속 홍준표 의원 10%,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6% 순이었다.

지지율로 보면 범야권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경우 여야의 대권구도를 뒤흔들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윤 총장이 이념적으로 중도,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충청을 흡수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여권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을 기정사실로 보면서 “현직에서 나오는 순간 ‘원 오브 뎀(여러 주자 중 하나)’”이라고 그의 정치적 경쟁력을 깎아내렸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SNS에서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할 때는 언제고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윤 총장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국민의힘 소속 광역시장이 직접 나와 영접을 하고 ‘대선 출마 리허설’을 했던 것도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졌던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의 반응은 기대와 경계심이 엇갈린다. 일단 유력 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면서도 일단 제3지대에서라도 ‘정권 견제’ 여론을 결집해 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도읍 의원은 “반문의 가치로 연대한 윤 전 총장은 결국 보수 진영의 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무르면서 당내 유력 주자들의 존재감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정가에서는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의 영향력이 강해진다면 야권발 정계개편에서 윤 총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