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의 성지’ 아미동 은천교회 “나를 지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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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아미동 은천교회가 오는 5월 철거된다. 은천교회 입구에 도로로 바뀔 부분를 빨간 선으로 표시한 모습.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의 성지’로 불리던 부산 서구 아미동 은천교회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 서구청은 2020년 12월 아미4 행복주택 진입도로 3차 확장공사에 착수했다. 은천교회가 포함된 부지가 이 공사 구역에 포함된다. 공사 일정에 따라 은천교회는 오는 5월 초 철거에 들어간다.

‘행복주택’ 사업 부지에 포함
교회 측 구청에 보상 증액 요구
구청 “무허가… 보존 계획 없어”

교회 측은 66년 된 석조 건축물을 이전 복원할 방법도, 비용도 마련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당초 교회 측은 이전 복원 비용을 토지보상금으로 충당하려 했지만 책정된 보상금은 4억 5000만 원에 그쳤다. 은천교회는 지난 1월 서구청에 ‘보상금액을 증액해 달라’며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서구청은 당초 은천교회 부지 180평 전체를 도로 공사 대상 부지로 삼았지만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지 60평만 포함하도록 도로 계획선을 변경했으니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건설과 측은 “공사계획을 변경했으니 도울 만큼 도왔다”면서 “개인 소유 건물이기 때문에 구청이 지원할 근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서구청이 공사계획을 일부 조정하며 배려했지만 여전히 건물은 공사 부지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1955년 건립된 은천교회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이들에게 강냉이 죽과 분유를 전하는 보급소 역할을 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1950년대 석조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건축물의 가치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부산시 역시 소극적이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측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아미동 비석마을 등재를 추진하면서 은천교회 등 인근 역사적 건물도 함께 생활문화자료조사 대상에 포함했다”면서도 “관할 지자체 요청이 없어 문화재 등재도 안된데다 무허가 건축물이어서 현재까지 보존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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