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로는 운전자에 매우 불친절… 표지판 더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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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서…’ 출간 김천중 에어부산 기장

현직 항공기 조종사가 복잡한 부산 도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항공기 조종 경력만 17년에 달하는 에어부산 김천중(57) 기장은 부산 도로를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하지 않은 매우 불친절한 도로’라고 정의했다. 22년 전 캐나다에 이민을 가서 교포 신분인 그는 한국과 캐나다를 오갈 때마다 ‘왜 이렇게 한국, 특히 부산에서 운전하기 불편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사람 중심적으로 설계된 공항과 달리, 국내 자동차 도로는 표지판 미설치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캐나다 교포로 부산 열악한 사례 담아
도로 설비 제대로 갖춰야 사고 방지
이용자, 정부에 도로 개선 요구 필요●

김 기장은 이런 문제의식을 모아 올해 1월 <이런 데서 사고 나면 누구 책임? 정부에 보상받자>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캐나다 등 교통 선진국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하며, 운전자가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조적으로 더 나은 도로를 설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합류 도로의 차로가 사라진다는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흥미로운 법원 판결이 보도됐습니다. 늦은 오후 전남 나주시의 편도 2차로를 달리던 운전자가 차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연석에 부딪힌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차로가 사라지는 경우 반드시 미리 표지판 등으로 안내하는 캐나다와 달리, 국내 도로는 이마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김 기장은 열악한 부산 도로 사례도 여럿 소개했다. 김 기장은 “부산 강서구에서 김해시로 가는 낙동북로의 경우 편도 3차로를 달리다 보면 안내도 없이 갑자기 차로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미국은 도로가 갈라지기 훨씬 이전에 길 빠짐(turn-off)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국내는 표지판이 뒤늦게 설치돼있거나 아예 없다는 것. 또한 55번 고속도로와 연결된 대저 출입구, 다이아몬드형 구조로 된 금정IC 진입구도 직관적이지 못하고 복잡한 탓에 초보 운전자가 헷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 부실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려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도로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기장은 “2016년 기준 국토부는 도로관리부실로 5년간 구상금 28억 원을 지출했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도로 시설을 만들면 운전자는 더욱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고 정부는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되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김 기장은 “여러 교통 선진국에서 운전한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한국은 경험 많고 아주 익숙한 운전자만을 위한 도로”라면서 “한국의 도로 이용자들이 모여 정부에 도로 관련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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