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친 부산시 전 세계 2000개 활주로 일일이 분석
[가덕시대 열렸다] 부울경 지자체·시민사회 큰 공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을 극적으로 백지화하고 가덕신공항을 부활시킨 ‘기적’의 이면에는 부울경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부산시는 2016년 6월 김해공항 확장이 확정된 직후 교통국 산하 과 단위 신공항추진단을 신공항지원본부로 승격했다. 공항기획과와 신공항도시과 등 2과를 둔 임시 기구였다.
박 본부장, 출장·전문가 회의만 200회
변광용 거제시장, 경남도 업무 뼈대 잡아
장영욱 도 기획과장, 실무부서 진두지휘
2018년 7월 이후 민선 7기 부산시정은 가덕도신공항 부활에 ‘올인’했다. 공항 관련 대응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질책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 말 그대로 ‘기-승-전-가덕신공항’이었다. 부산시는 신공항지원본부 이름을 신공항추진본부로 바꿨다. 부울경이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기획단’을 함께 출범시켜 ‘원팀’을 이룬 것도 2018년 10월이었다.
부산시 사정에 밝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정치인은 “민선 7기 부산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가덕신공항을 밀어붙여 당 내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가덕신공항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닝포인트는 40대 신공항추진본부장을 파격적으로 발탁한 일이었다. 2019년 11월,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닌데도 부산시는 신공항추진본부장을 교체해 박동석(42) 인재개발원장을 임용했다. 당시는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구성을 앞두는 등 가덕신공항 추진에 중차대한 시점이라 ‘자극제’가 필요했다. 박 본부장이 가세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김해신공항 안전 문제를 파헤치는 데 집중하는 한편으로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과 접근 교통망 등 체계를 잡아 나갔다.
부산시는 이 과정에서 전 세계 2000여 개의 활주로를 모두 검토한 후 국토부의 오류와 각종 지적에 대한 대안을 담은 수천 장의 문서를 국무총리실에 전달하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쳤다. 박 본부장 주도로 진행한 출장과 전문가 회의 등이 200차례를 넘어설 정도였다.
지난해 4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물러나면서 전면에 등장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변 대행은 올 1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사퇴할 때까지 가덕신공항과 관련한 정책들을 뚝심 있게 이끌고 나갔다.
경남에서는 변광용 거제시장과 장영욱 경남도 동남권전략기획과장이 가덕신공항 유치에 열정을 쏟았다. 변 시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대안은 가덕도뿐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과장은 경남도의 가덕신공항 업무 관련 중심 뼈대를 잡아 온 증인이다. 그는 2년 전부터 경남도 신공항추진단장과 미래전략 신공항 사업단장을 맡아 김해공항 확장의 불합리성과 가덕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입증하는 실무 부서를 이끌어왔다.
부울경 시민과 상공계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상공계와 전문가 등 300여 명은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1995 시작한 ‘가덕신공항 시민 운동’은 2019년 이후 절정을 이뤘다. 가덕도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가덕신공항유치 거제시민운동본부, 김해신공항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 가덕도허브공항 시민추진단, 24시간 안전한 신공항 촉구 교수 회의 등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단체들이 한데 뭉쳐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로 수도권 중심주의를 헤쳐 나갔다.가덕도신공항유치국민운동본부도 중요한 고비마다 행동으로 부울경 시·도민의 염원을 보여 줬다.
박세익·김길수 기자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