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총장 전격 사의, ‘법치주의’ ‘검찰개혁’ 함께 다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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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4개월여 앞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작심 비판한 지 사흘 만이다. 윤 총장이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되었으니 1년 8개월 만에 검찰을 떠나게 된 것이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의 사의를 1시간여 만에 수용했고, 검찰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잇따라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검찰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불행이자 비극이다.

임기 못 채운 역대 14번째 검찰총장
‘정치 행보’ 유감… 검찰개혁 계속해야

윤 총장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언론 인터뷰에 이어 엊그제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는 마치 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윤 총장은 이번에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때 1위를 기록하는 등 정치 행보를 이어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계속됐다. 검찰총장으로서 행한 사의 표명이 사실상 정치의 시작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 중수청을 반대하는 명분도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찬성했던 윤 총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받들어야 할 공직자 처신으로선 매우 부적절했다.

다만 윤 총장이 사퇴의 변에서 밝혔듯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주목된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정부 여당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누구에 의해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구별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지켜 내야 할 중요한 덕목임이 틀림없다.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 모두의 여망이다. 검찰개혁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갔고, 이를 잇는 2단계 개혁인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이를 위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떼어 내 중수청을 신설하는 논의를 검찰개혁특위에서 검토 중이다. 중수청 추진이 너무 성급하다는 여론도 없지 않지만, 그것은 속도의 문제이지 본질의 문제는 아니다. 이날 문 대통령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윤 총장의 사의 수용과 함께 보조를 맞추려는 의지로 보인다. 윤 총장의 사퇴와 무관하게 검찰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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