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시골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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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타향이나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모두 유학이라고 한다. 역사를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외국으로, 대도시로 유학을 갔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라 최치원은 12살 때 당나라로 조기 유학을 떠났고, 당시 신라에서는 한 해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당나라로 유학을 갔다고 한다. 고려 말 대학자인 가정 이곡은 아들인 목은 이색을 원나라 국자감으로 유학 보내며 “국자감의 문물이 요순 때만큼 성대하니, 자식 둔 부모가 본국서만 교육하려 하리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후대에 대학자로 남은 이색도 정작 외국 유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색은 중국어가 서툴러 고생을 많이 했다. 국자감에선 중국어 경전을 암송하는 시간이 있는데 중국어 발음에 자신이 없었던 이색은 경전 암송 시간이면 홀로 입을 닫고 앉아 무척 괴로워했다고 한다.

고려 성종은 즉위한 후 지방에서 260명의 자제를 선발해 수도인 개경에서 유학하도록 지시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전대미문 코로나 시국은 유학에 있어 새로운 풍속을 만들어 냈다. 산촌, 어촌이 있는 시골로 서울 아이들이 유학을 떠나고 있다.

올해 3월 전남 10개 시·군, 20개 초·중학교로 서울에서 80여 명의 아이가 유학 왔다. 지난해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던 서울 아이들과 달리 학생 수가 적고 지역 내 코로나 환자가 거의 없었던 전남 시골의 학생들은 계속 등교 수업이 가능했다. 결국 서울 부모와 아이들은 청정 자연의 너른 품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놀며 수업하는 시골 학교로 유학을 가기로 선택했다.

전남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은 ‘농산어촌유학프로그램’을 만들어 서울의 초·중학생들이 전남 시골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했고 학생들과 부모가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도 마련했다. 학생들은 6개월 단위로 중학교 2학년까지 계속 시골에서 공부할 수 있고 이 프로그램은 서울에 이어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학생들에게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청 프로그램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유학센터를 운영하며 도시 학생들의 시골 유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골 유학은 교육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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