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백신 여권 도입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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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선임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백신 여권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제기구나 여러 정부에서 일관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백신 여권을 사용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그린 패스’를 발급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도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덴마크는 디지털 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했고, 그리스와 스페인은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U는 유럽의 여행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그린 패스 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항공사들이다. 에미리트항공은 ‘이아타 트래블 패스’라는 모바일 앱 백신 여권을 가장 먼저 시험 도입했다. 이어 영국항공과 에어 뉴질랜드, 르완다 에어도 뒤를 따랐다. 승객들이 비행기 탑승 전에 여행 예정지의 규정에 맞는 적절한 서류나 자격을 갖췄는지를 알려주는 앱이다. 코로나 음성 결과 자료가 필요한지, 백신 접종 확인서가 필요한지, 아니면 둘 다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승객은 앱을 통해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대 다수가 백신 여권 도입에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응답자 중 66%가 백신 여권에 찬성했다. 반대한 사람은 16%에 그쳤다. 아마 다른 나라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백신 여권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차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을 나중에 맞거나, 백신을 맞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은 해외에 나갈 수도 없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백신 여권에 과거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개인정보가 수록돼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같은 차별 우려를 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백신 접종이 차별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여행객에게 이동 제한 조치를 면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다수 여행 및 의료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백신 여권 도입은 돌이킬 수 없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국경을 지금보다 더 안전하게 개방하는 단 하나뿐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백신 여권 발급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럽 여러 나라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도 뒤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행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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