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흥기·아시아 몰락, 다양한 이론으로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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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논쟁 서구의 흥기/조너선 데일리

는 서구가 흥기한 이유를 묻는다. 그것을 거꾸로 보면 아시아가 흥기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라는 것이다. 이 쟁점을 둘러싼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들의 매우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한 책이다.

첫 번째는 유럽이 흥기한 이유를 유럽의 내재적 요인으로 보는 이론들이다. 유럽의 경우, 고대 그리스 로마, 유대 기독교, 게르만의 문화적 정신적 전통이 뒤섞여 매우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중세 잉글랜드에 뿌리를 둔 개인주의, 혹은 1800년 무렵 과학 발달에 따른 기술적 진보 덕에 유럽이 흥기했다는 등 여러 학설이 있다.

아시아인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문화
유럽은 수많은 성취에 기꺼이 문 열어

두 번째는 유럽의 흥기가 침략 수탈 폭력에 기초한 것으로 보는 이론들이다. 유럽은 지구 곳곳을 식민화시켜 이들 식민지에서 터무니없이 이윤을 착취해 흥기했다는 거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노동과 자원을 수탈해 발전했다는 거다.

세 번째는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다. 19세기까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선진적인 곳은 아시아였다는 거다. 그렇게 앞선 아시아가 유럽에 뒤진 이유는 여럿이다. 창조성을 질식시킨 중앙집중적 관료체제, 유교에서 보이는 자연 연구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와 혁신에 대한 강력한 혐오, 권위에 대한 뿌리 깊은 존중 의식 따위 때문이란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이렇다.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아시아 시대가 죽 이어졌다. 아시아에서 종이 나침반 목판인쇄술 화약 등 위대한 발명품이 만들어졌다. 이슬람은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인도 중국을 아울러 사상 최초로 위대한 문화적 종합을 이뤄냈다. 반면 19세기까지 유럽은 매우 뒤진 곳이었다. 길거리에 똥이 뒹굴고 사람들은 마구간 같은 데서 살았다. 그런 유럽이 갑자기 흥기한 것이었다. 이후 유럽은 제국주의 칼을 막 휘둘러대다가 폭력적으로 충돌해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서구의 몰락’ 운운하며 휘청거렸다. 2차 대전 이후엔 미국에 의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열렸다. 이때 일본이 호시절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 그런 체제에 균열이 일고 있다. 동서의 거대한 축은 지금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유럽이 흥기한 가장 큰 이유는 열려 있었기 때문이란다. 후진적이었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사상 기술 학식 제도 등의 수많은 성취에 기꺼이 문을 열었다는 거다. 이를 ‘후진성의 선물’이라고 칭한다. 이를 부산과 결부시키면 어떨까. 사상 기술 세대 이념의 벽을 넘고 활짝 열려 창조성과 도전으로 넘실거려야 한다는 거다. 그러한가. 조너선 데일리 지음/현재열 옮김/도서출판 선인/340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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