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97 >몰라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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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제가 직접 도와 드릴 수는 없지만, 도와 드릴 만한 사람을 소개는 해 드리겠습니다.’

이 문장에 3번 나온 ‘드리다’는 보조 용언, 그중에서도 보조 동사다. 한데, 이 보조 동사는 과연 어떻게 띄어 써야 할까. 답은 한글 맞춤법 제47항에 있다.

‘제47항: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

이래서 ‘불이 꺼져 간다/비가 올 듯하다/어머니를 도와 드린다’가 원칙이되 ‘불이 꺼져간다/비가 올듯하다/어머니를 도와드린다’로 쓸 수도 있는 것.

한데, 2017년 2분기에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 정보를 수정하면서 올림말 ‘드리다’에 이런 뜻풀이를 추가했다.

‘※ ‘주다’와 결합한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경우, 이에 대응하는 ‘드리다’와 결합한 단어가 합성어로 등재되지 않았더라도 앞말에 붙여 쓴다.’

그러니, ‘갖다 드리다, 넘겨 드리다, 들려 드리다, 바래다 드리다, 빌려 드리다’ 따위는, ‘갖다주다, 넘겨주다, 들려주다, 바래다주다, 빌려주다’가 있으므로, 반드시 ‘갖다드리다, 넘겨드리다, 들려드리다, 바래다드리다, 빌려드리다’로 써야 한다. ‘도와 드리다’ 역시 ‘도와주다’가 있으므로 ‘도와드리다’로 붙여서 써야 한다.

그래서, 첫 문장에 나온 ‘도와 드릴, 도와 드릴, 해 드리겠습니다’는 ‘도와드릴, 도와드릴, 해 드리겠습니다’가 원칙이고, 이 가운데 ‘해 드리겠습니다’는 ‘해드리겠습니다’로 쓸 수도 있는 것.

한데, 표준사전에 추가된 저 뜻풀이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이라는 표현을 눈여겨봐야 한다. 즉, 모든 ‘주다/드리다’가 호환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겁주다, 몰라주다, 벌주다, 세주다, 핀잔주다’가 있다고 해서 ‘겁드리다, 몰라드리다, 벌드리다, 세드리다, 핀잔드리다’로 쓰지는 않는다는 것. 자, 그러면 아래 문장에서는 띄어쓰기가 바로 된 것일까.

‘보내 주신 제안서는 잘 봤습니다. 잘 검토해 보고 문자 드리겠습니다.’

자칫 ‘문자(를) 드리겠습니다’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 나온 ‘드리다’가 접미사라는 걸 안다면 함정에 빠질 일은 없다. 표준사전을 보자.

*-드리다: (몇몇 명사 뒤에 붙어)‘공손한 행위’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공양드리다./불공드리다./말씀드리다.)

이러니 ‘문자드리겠습니다’로 써야지, ‘문자 드리겠습니다’로 쓸 이유가 없는 것. 이는 ‘편지하다’에 공손함을 더한 표현이 ‘편지드리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럴 때 보면 대조·대입을 해 보는 것도 우리말 실력을 키우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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