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꽃의 내부’… 공공미술 ‘민낯’ 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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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청이 2016년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수영강변에 설치한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쉐퍼의 작품 ‘LUX 10-Busan’이 지난해 태풍 ‘마이삭’으로 파손된 뒤 철거돼 민락동 옛 청구마트 부지에 옮겨져 있다. 오른쪽은 2016년 12월 17일 작품 제막식 후 시민들이 작품을 살펴보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태풍 ‘마이삭’으로 파손된 수영강변 공공미술 작품이 결국 철거된다. 관할 구청이 근거 조례가 없어 보수(또는 재제작)를 못 하다가 내린 결정이다.

해운대구청이 ‘꽃의 내부’ 무단 철거(부산일보 2018년 1월 17일 자 1면 등 보도)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비석까지 세우는 등 공공미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졌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수영강변 설치 ‘LUX 10-Busan’
태풍 ‘마이삭’으로 중간축 파손
수영구청 ‘보수’ 조례 없다며 철거

부산 수영구청은 2016년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와 함께 수영강변에 설치한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쉐퍼(1992년 작고)의 작품 ‘LUX 10-Busan’의 철거를 잠정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설치된 지 불과 4년 만이다.

지난해 9월 3일 새벽 부산에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 ‘LUX 10-Busan’가 인도 쪽으로 넘어져 작품의 중간 축이 완전히 망가졌다. 수영구청은 사고 당일 부산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등의 관계자 자문회의를 열어 상황을 검토, 원형 보존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수영구청은 보수나 재제작이 가능한지 검토했지만 공공미술 관련 조례가 없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본보 취재 결과, 수영구청을 비롯한 부산 지역 5개 지자체에 공공미술 조례가 없다.

수영구청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훼손된 작품을 민락동 옛 청구마트 부지로 옮겨둔 상태다. 이 과정에도 550만 원이 들었는데, 관련 조례가 없는 탓에 부산시 보조금에서 충당했다. 이 작품은 쉐퍼 유족의 의뢰를 받은 건축가의 감리 아래 국내 업체가 3억 원을 들여 제작했다. 수영구청은 철거를 잠정 결정한 뒤 지난달 유족에게 메일을 보내 철거에 대한 의견을 물어 둔 상태다. 유족이 동의하면 철거된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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