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단지 택배차량 출입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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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안전 위해 불가피” vs “택배 기사에 대한 갑질”

2018년 택배 갈등을 빚은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산 서면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빚어진다.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택배업체가 줄줄이 배송 중단을 선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택배업체 반발에도 관리사무소가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다산신도시 택배 갑질 사건’과 다름없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A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다음 달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지상 구간 차량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하주차장으로도 차량이 출입할 수 있지만, 주차장 입구가 낮아 택배 탑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다. 택배기사가 차량을 두고 수레 등을 이용해 택배를 직접 배송하라는 이야기다.

“단지 내 차량 사고 방지 위해”
서면 한 아파트 내달 시행 예고
“사실상 배송하지 말라는 것”
항의에 배송 중단 업체까지
입주민 사이도 찬반 의견 갈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결정에 각각 소속이 다른 대형 택배업체 기사 6명이 최근 관리사무소를 찾아 항의를 하기도 했다. ‘택배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 사실상 택배 배송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업체 한 곳은 “이런 식이면 배송을 할 수 없다”며 이 아파트를 상대로 택배 배송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택배기사 이 모(37) 씨는 “A 아파트 관리사무소 결정은 한 마디로 택배 배송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수레를 이용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 배송이 지연될 뿐 아니라 물품이 도난될 우려도 높다. 결국 택배기사와 입주민 모두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단지 내 3곳에 ‘택배 차량 정차지’를 마련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정차지에 택배차량을 주차하고 이곳에서 물품을 내린 뒤 직접 배송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정차지가 있다 해도 택배기사가 약 7만㎡ 면적의 대단지 아파트 25개 동을 직접 누비며 물품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관리사무소 측은 아파트 단지를 보호하고 단지 내 차량 사고를 막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 주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A 아파트의 택배 소동은 3년 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벌어졌던 다산신도시 아파트 택배 갑질 사건과 닮은 꼴이다.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을 거부하는 아파트 측과 충돌한 택배업체가 택배 물품을 아파트 앞 도로에 쌓아두는 식을 갈등을 빚은 사건이다. 다산신도시 아파트도 A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으로 택배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파장이 확산하자 결국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실버택배’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세금 투입 논란으로 무산됐다. 현재까지도 신도시 내 아파트 별로 갈등이 지속된다.

A 아파트는 당초 택배 차량 통행 제한을 이달 5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불거지자 일단 찬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입주가 아직 진행 중인 터라 입주자대표단이 구성되지 않았고, 입주민 사이에서도 의견은 제각각이다.

입주민 김 모(38) 씨는 “수천 명이 사는 아파트라 택배 물량이 많은 기사의 입장도 반영했어야 한다. 제2의 다산신도시 택배 갑질처럼 비친다”고 토로했다.

반면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입주민 박 모(43) 씨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입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에 택배, 배달, 이삿짐 차량이 들락날락하다 보니 안전 문제도 걱정됐는데 차량 진입이 제한되면 걱정을 덜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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