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96 >접종은 간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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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한데, 접종 관련 기사 제목을 보자니 좀 이상하다.

①<당국 “접종 시작되면 백신 신뢰감 높아질 것…제때 접종해달라”>

②<이재명 “백신접종, 간호사가”…“어느 간큰 간호사가 사망 책임지나”>

‘접종하는 사람’이 ①에서는 ‘시민’이고, ②에서는 간호사다. 두 ‘접종’이 정반대로 쓰인 것.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접종하다(接種하다): 병의 예방, 치료, 진단, 실험 따위를 위하여 병원균이나 항독소, 항체 따위를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주입하다.(아이에게 예방 주사를 접종하다./실험용 쥐에게 병원균을 접종하다.)

즉, 접종하는 사람은 주사를 맞는 사람이 아니라, 놓는 사람인 것. 그러니 ①에서 ‘접종해달라’는 ‘접종받아 달라’라야 했다. 말에 숨어 있는 방향을 착각해 빚은 잘못이다.

이처럼 그 속에 녹아 있는 방향을 놓쳐 말을 잘못 쓰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사단장이 장병들의 사열을 받았다’는 고전에 속하는 편. ‘부대의 훈련 정도, 사기 따위를 열병과 분열을 통하여 살피다’라는 뜻인 ‘사열하다’를 거꾸로 쓴 것이다. ‘임대료가 크게 올라 임대인들이 쫓겨나고 있다’도 비슷한 사례. ‘임대하다’가 빌려준다는 뜻이니 임대료는 빌려주고 받는 돈, 임대인은 빌려준 사람이다. 한데, 이런 혼란은, 국립국어원도 겪는 모양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검진(檢診): 건강 상태와 질병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하여 증상이나 상태를 살피는 일.(직업병 검진./병원에서 검진을 받다.)

*검진하다(檢診하다): 건강 상태와 질병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하여 증상이나 상태를 살피다.(그는 매년 자신에게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진하러 갔다.)

뜻풀이를 보자면, 검진은 의사가 한다. 여기에 나온 ‘진(診)’은 ‘보다, 진찰하다’라는 뜻이어서 진단(診斷), 진찰(診察), 진료(診療)처럼 쓰인다. 물론 이건 모두 의사가 하는 일. 한데, ‘검진하다’ 보기글 ‘그는…검진하러 갔다’에서 ‘그’가 진료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으로 보여서 문제인 것.(아니면, 의사인 그가 병원에 가서 자기 스스로 검진한 것일까.)

그러니, 만약 ‘그’가 의사가 아니라면, ‘검진’ 보기글에 나온 것처럼 ‘그는 매년…검진을 받으러 갔다’라야 했던 것.(한데, 이렇게 하면 ‘검진하다’의 보기글로는 맞지 않는다.) 표준사전이, 국립국어원이, 말에 숨어 있는 방향을 놓치는 바람에 어색한 보기글을 실은 것이다. 길잡이가 돼야 할 텐데, 방향치라니….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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