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 효자 없다고 하는데 안락사는 노인에 필요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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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두 전 부산상의 부회장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삶을 고통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제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안락사를 허용했으면 합니다.”

올해로 미수(88세)를 맞은 성병두 전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안락사 입법을 청원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안락사 입법 청원’
국회 입법 청원 자료 수집 등 계획
소중한 삶 고통 없는 마무리도 중요

그는 지난달 중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안락사 입법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국회 입법 청원을 위해 자료를 수집한 다음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갈 계획이다.

그는 “청원의 요지는 연명치료 중단에서 죽음까지의 고통을 감내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안락사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라며 “안락사는 죽음으로 가는 선택의 길을 넓혀주는 것이고, 잠자듯 편안하게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채택하고 있으며,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 전 부회장이 안락사 입법 청원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해 <아름다운 갈무리> 책을 집필하면서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그는 지금까지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던 중 안락사 부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 청와대 입법 청원을 결심했다.

성 전 부회장은 “다들 자는 듯이 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소망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대부분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철인’이란 별명을 가진 옛 직장동료가 말기 암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는데 진통제가 듣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한다. 결국 옛 동료는 식음을 끊었다.

성 전 부회장은 “또 6년간 식물인간처럼 살았던 한 지인도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했으며, 병간호비 부담에 형제 간 불화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그는 2019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제도에 등록했다.

성 전 부회장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뇌 신경이 살아있는 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에 입법 청원에 나섰다”며 “처음에는 집사람과 자녀들이 ‘나이 많은 사람이 조용히 있지 왜….’하며 만류하고, 청원 후에는 친구들로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라는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부는 노인복지에 대해 ‘사는 복지’만 말하고 ‘죽음에 대한 복지’를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락사는 정말로 노인에게 필요한 복지입니다. 그리고 ‘오랜 병에 효자가 없다’는 옛말처럼 안락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을 했으면 합니다.”

경남 창녕에서 출생한 그는 1961년 부산광역시에서 공직을 시작해 동구청장, 부산시 내무국장, 부산상수도사업본부장,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부산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을 역임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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