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라던 부산 블록체인 특구 ‘허울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경제의 미래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부산 블록체인 특구사업이 ‘속 빈 강정’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핵심사업인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사업이 화폐 발행 4개월 만에 개점휴업 상태인 데다, 다른 사업들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로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에서 거래 가능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예비후보도 블록체인 규제프리존을 약속했다. 이대로라면 부산 미래먹거리의 하나로 기대하던 블록체인 기반 경제의 주도권마저 서울에 뺏길 위기다. ▶관련 기사 6면

부산시는 2019년 8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금융 △물류 △관광 △공공안전의 4개 부문 1차 사업을 확정했다. 이 중 핵심인 금융사업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디지털바우처’를 지역화폐로 발행해 유통하는 것이었다. 디지털바우처는 ‘1원=1바우처’로 원화와 환율이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 주체로는 부산은행이 선정됐다. △해양물류 플랫폼 △스마트투어 플랫폼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 등 다른 3개 부문의 1차 사업도 디지털바우처라는 화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디지털화폐 넉 달 만에 발행 중단
다른 1차 사업도 상용화 부진
일자리 등 지역경제 효과 미미
추가 사업도 지역 기업 참여 적어
서울에 주도권마저 뺏길 위기

부산은행은 지난해 10월 말 디지털바우처를 발행·유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행 4개월이 지난 현재 사실상 발행(사용)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발행된 디지털바우처는 고작 1억 3700만 원 상당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발행 초기 활성화 이벤트를 통해 11월 ‘반짝 실적’이 발생했지만 그 이후로는 사실상 사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부산시와 부산은행은 올 1~2월 디지털바우처 발행실적 공개를 거부했다.

다른 부문의 1차 사업들도 상용화에 이르지 못해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전무하다. 해양물류 플랫폼 사업은 해당 플랫폼을 구성하고도 그 플랫폼을 이용할 유통사업자를 찾지 못했고, 스마트투어 플랫폼 사업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용화를 미뤘다. 공공안전 영상제보 서비스 역시 재원 부족으로 제보에 따른 보상을 줄 수 없어 중단 상태다. 이 사업들은 올 8월 종료된다.

지역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기업 활성화 효과도 미미하다. 1차 사업의 경우 4개 사업에 총 9개 기업이 참여했지만, 그중 부산기업은 5곳에 그쳤다. 한 기업이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이전해 왔지만, 사업기간이 종료된 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간다면 이를 막을 수 없다. 부산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사업 종료 후 굳이 부산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추가사업을 들여다보면 지역기업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3개 사업 총 13개 기업 중 부산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선정 기준에 대한 문제까지 불거졌다. 추가사업 중 ‘데이터거래’ 사업의 주관사인 모 업체는 내부사정으로 기업이 공중분해되면서 사업 자체가 중단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구는 어떤 기업이라도 들어와 혜택을 누리며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놀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구 사업자를 선정해 그 사업자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일부 업체들 간 ‘사업비 따기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