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평가 면제 특별법? 부정적 답변 유도한 ‘엉터리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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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서울지역 언론들이 가덕신공항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시·도민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보도가 2일 이른바 ‘중앙지’에서 쏟아졌다.

가덕신공항을 염원한 그동안의 지역 민심과는 사뭇 다른 결과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지역 시민사회와 상공계, 여야 정치권 모두가 ‘환호’한 2월 26일, 여론조사에선 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을까. 해답은 조사 문항에서 찾을 수 있다. 질문 자체가 부정적인 인식을 전제하고 있어, 반대 입장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결론이다.

리얼미터·YTN 설문 조사
법안 내용과 다른 질문 논란
76명 답변에 “부울경도 반대”
서울 언론 일제히 인용 보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YTN ‘더뉴스’ 의뢰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6일에 전국 18세 이상 500명에게 의견을 받았다. 특별법 통과가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3.9%, 잘못된 일이라는 대답은 53.6%로 집계됐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12.6%였다.

리얼미터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도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같은 처리가 얼마나 잘된이라고, 아니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문항 자체에 크게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 번째는 법안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고 있다. 제정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고 있지 않다. 경제성 평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칭하는데 특별법은 ‘필요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필요하면 예타를 진행한다’는 임의조항이다. 이 조항이 없어도 국가재정법(38조)에 따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 예타는 면제된다. 가덕신공항에만 예외적인 규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특별법에는 사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는 조항이 없다. 사전에 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초 발의된 법안에 간소화 조항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이 해당 조항이 특별법에 아직 남아 있다고 여기는데 법안을 읽어 보면 어디에도 ‘사타 간소화’ 조항은 없다. 국회 국토위 논의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도 문항은 특별법의 ‘특례성’을 과장되게 설명했다. 응답자가 ‘엄청난 특례가 담겼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은 뒤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도했다’는 표현이다. 거대 양당에 대한 정치 불신이 가덕신공항 특별법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극심한 정치 혐오가 특별법 찬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국회의 합의로’ 혹은 ‘여당과 제1야당이 함께 추진한’이라고 설명했다면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는 가덕신공항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과 동일시돼선 곤란하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해당 조사는 국회의 특별법 처리 과정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것”이라며 “가덕신공항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특별법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는지를 평가한 조사 결과로 해석하면 된다”고 했다.

부·울·경에서 특별법에 대한 부정 인식이 높다는 해석은 더욱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응답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는 7981명에게 전화를 걸고, 응답한 500명의 의견을 모은 것이다. 오차 범위는 최대 8.8%P(±4.4%)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울경 지역 응답자는 76명에 불과하다. 특정 지역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조사 적확성 여부와 관계없이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만큼, 특별법을 정확히 알리고 시행 과정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왜곡된 반대 여론이 퍼지면서 비판적인 의견이 확장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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