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항 복합물류 인프라 따라 첨단산업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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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시대 열렸다] (중) 경제·산업 재편 시발점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일만으로도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한 남부권 경제권이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지역 산업계는 가덕신공항이 부울경 산업 체질을 바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부울경을 비롯한 남부권 각 지자체는 누구보다 앞서 가덕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한 중·장기 경제·산업 계획 밑그림 그리기에 나섰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와
수도권 항공 인프라에 밀렸던
IT·전자, 의료·바이오 등
첨단산업 유치 가능성 대폭 커져
‘항만-공항 물류 연결 시스템’
공항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항공 MRO산업 등에도 새 토대

부산시의 경우 가덕신공항 유치에 따라 ‘복합물류중심도시’ ‘고부가 첨단산업 유치’ ‘금융, 관광·마이스 성장’ ‘지역 경기 부양’ 등의 기대 효과를 예상하고 구체적인 검토에 나섰다. 예를 들어 가덕신공항 건설 시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물류센터나 글로벌 물류사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부산 강서구에 개발 중인 350만 평 규모의 국제자유물류도시와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새로운 산업 클러스터나 산업·주거가 공존하는 ‘공항 신도시’도 다수 들어설 전망이다. 김윤일 부산시 일자리경제실장은 “앞으로 구체적인 검토를 해 봐야겠지만 가덕신공항 인근에 다양한 산업 집적지가 생길 수 있고, 북항재개발 지역 등 기존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곳과도 연계해 발전시키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 영역에서는 항공 물류 인프라가 갖춰지면 여러 산업 영역에서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우선 그동안 동남권에 자리 잡지 못한 IT·전자, 의료·바이오 등 첨단 산업 유치 가능성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부문 생산 제품은 가볍고 단가가 높아 항공 운송 비중이 훨씬 큰데 그동안 인천공항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4월 반도체, 컴퓨터 등은 전체 수출의 80% 이상이 항공을 통해 운송됐으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화물운송(t수 기준)의 87.9%가 인천공항에 집중됐다. 반면 김해공항 화물운송은 전체의 3.4%에 그쳤다. 항공 인프라 부족이 동남권에 IT전자 의료바이오 등 첨단 산업이 원척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게 한 주요 이유가 돼 왔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시각이다.

부산시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모델로 가덕신공항 배후단지가 IT 산업 등 첨단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부산소재산업유통사업협동조합 송춘철 이사장은 “인천 청라지구처럼 공항과 연결돼 물류 흐름이 원활해지면 첨단산업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많이 들어올 수 있게 되고, 부울경에도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운을 중심으로 한 기존 물류 산업에도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라 선제적으로 추진할 사업 중 하나로 ‘복합물류도시 구축’을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와 맞물린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항 건설 계획이 나오면 즉각 관련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기구를 결성, 사전에 가능한 준비에 나서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항만과 공항을 연결하는 친환경 수송수단 도입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컨테이너 자동운송시스템 등을 공항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물류 허브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가덕신공항과 부산항을 연계하면 고부가가치 복합운송 물류단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센터(GDC)를 부산항 신항 남컨 배후단지에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남권 중심의 항공산업 발달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대비, 부산을 본사로 한 지역 항공사를 가지느냐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이 생겨도 지역 항공사가 없다면 초기 안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운수권 확보도 쉽지 않지만, 공항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지역 항공사가 지역 수요에 맞춘 노선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일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경남 사천을 중심으로 육성되는 항공 MRO(수리·정비·개조) 산업, 이미 태웅 등 일부 지역 기업이 참여하는 우주항공 산업 등도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시가 목표로 삼는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부산시 김창현 금융신산업팀장은 “적어도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대표 금융 도시와의 직항 노선이 만들어져야 부산도 이들 도시에 버금가는 글로벌 금융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며 “가덕신공항 건설이야말로 부산 금융중심지가 세계적 금융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공항 건설에 따라 지역 금융 기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BNK경제연구소 백충기 차장은 “신공항 관련 SOC 확충을 위해 다양한 금융 재원이 부산으로 몰려들 것”이라며 “부산의 금융기관들도 신디케이트 금융 등 여러 형태로 이에 참여해 역할을 하고 또한 그만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한·이자영·김종우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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