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립유공자 가족 무료 진료 인색한 부산시, 오명 언제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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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가족에 대한 부산시의 의료 지원이 너무 박해서 원성이 높다고 한다. 부산시는 2006년부터 독립유공자의 자녀,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연 300만 원까지 병원 진료비와 약값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독립유공자 가족은 전체 516가구 중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제외한 438가구. 겉으로는 꽤 실효가 있는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연제구에 있는 부산의료원 한 곳뿐이고, 약값 지원을 받으려 해도 역시 부산의료원의 처방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산 외곽 거주 가족이나 고령자가 이용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고생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활용 가능 병원 부산의료원 단 한 곳
이용률 전체 가구 절반에도 못 미쳐

이 때문에 지원 대상 438가구 중 지난해 진료비와 약값 지원을 활용한 가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0가구뿐이었다고 한다. 울산과 대구는 시내 모든 병원을 무료로 이용토록 하고 있고 서울이나 대전 등은 이용 가능 병원을 여러 곳에 분산해 놓은 것에 비춰 보면, 부산시의 의료 지원은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다름 아닌 셈이다. 더구나 독립유공자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에 매년 13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애초에 이용률이 낮은 상황을 예상하고 올해는 겨우 3억 5000만 원을 배정했다고 하니 이런 한심한 일이 달리 또 있을까 싶다. 가구당 지원 금액은 타 지역에 비해 많다는 게 부산시의 항변이지만, 그렇게 눙칠 일은 아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독립유공자의 삶은 그만큼 고달프다. 국가보훈처 등 여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독립유공자의 66%는 소득이 전혀 없으며, 그 후손들도 75%는 월 소득 200만 원 이하이고 30%는 100만 원도 안 되는 극빈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유공자 가족 대부분이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보훈 관련 지원금에 크게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들 중 상당수는 70대 이상 노인층이라 각종 질환으로 투병·투약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상의 독립운동 공적을 입증하지 못해 그나마 있는 독립유공자 가족 혜택조차 못 받는 후손들도 많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치부가 아닐 수 없다.

친일행위로 쌓은 재산을 국고로 환수해 정의를 실현하고, 3·1절 기념행사에서의 만세 시위로 우국충정을 기억하는 것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독립유공자 가족이 겪고 있는 빈곤의 대물림을 끊어 주는 것 또한 우리 공동체가 마땅히 떠안아야 할 의무일 것이다. 현 세대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유복함은 일제강점기 온갖 탄압과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 지원처럼 비록 작은 배려라도 독립유공자 가족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일 테다. 그런 점에서 독립유공자 가족 지원에 한 발짝 느린 부산시의 행보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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